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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옥중화' 진세연, 왕관의 무게를 견딘 자

기사입력 2016.11.14 18:10 / 기사수정 2016.11.14 17:42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사극 거장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 콤비의 신작으로 2016년 최고 규모 드라마 중 하나였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대장금 테마파크에 3,000여 평의 오픈 세트를 건립하며 '허준', '대장금'을 잇는 MBC 명품 사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옥중화'의 사실상 원톱 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진세연은 그 순간부터 작품 흥행의 부담감 중 절반 이상은 떠안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옥중화'는 51회 연속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22.6%)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와는 달리 '옥중화'를 반년 동안 지켜본 시청자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51회 연속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역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 이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진세연은 쪽진 흑발이 아닌 밝은 갈색의 뱅 헤어 스타일로 변신해 있었다. 큰 눈 때문에 여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당찬 성격은 옥녀를 빼다 박은 진세연은 자신의 연기력에 관한 댓글은 물론, 출생의 비밀이나 외지부 실종에 관한 질문에 주저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진세연은 '옥중화' 속 액션 연기에 관해 "멋진 액션을 보여드리려고 욕심을 냈어요. 액션 스쿨도 2개월 정도 다녔어요. 여리여리해 보이는 이미지와 닮지 않은 액션을 한다고 많이 놀라시더라고요"라며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작품을 끝낸 배우에게 만족스러운 것보다는 부족했던 게 더 많이 보이는 법이다. 그는 "저는 '옥중화'를 보며 시청자가 쾌감을 느끼길 바랐는데 그런 적이 많지 않았다는 게 아쉬워요. 정난정(박주미 분)도 결국 옥녀의 복수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약을 먹고 자결했고요"라며 결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옥중화'를 본 시청자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했다. 바로 '옥중화'의 기획의도인 조선 시대 변호사 제도인 외지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소개만 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옥중화'가 주목받은 게 외지부라는 신선한 소재 때문이기에 시청자의 성화가 컸다.

"외지부가 좀 늦게 나온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이병훈) 감독님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요. 그런데 외지부 이야기가 나온 뒤 시청률이 확 오른 거예요. 대본만 19장에다가 정은표 선배님도 무릎 꿇고 힘들게 촬영했는데 보답 받은 것 같아서 신기하고 너무 좋더라고요. 하지만 그 뒤로 한 번 더 나오고, 그것도 옥녀가 아닌 윤태원(고수)이 활약을 했죠. 우리 드라마에선 많이 못 보여줬지만, 앞으로 옥녀가 외지부로 백성들의 삶을 많이 도와줄 거라는 열린 결말로 끝났네요."

꼼꼼하기로 소문난 이병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어렵고 까다로운 질문에도 척척 답하는 진세연에게 "이병훈 감독에 의견을 내본 적은 없냐"고 묻자 "감독님이 최종 확정을 하시는 거고, 워낙 생각이 확고한 분이시라 그런 걸 이야기하진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섬세하게 지도하기로 유명한 이병훈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오히려 저처럼 연기 경력이 짧고 부족한 배우에게는 정말 많이 도움이 돼요. 많은 걸 배웠어요"라고 말문을 연 진세연은 "물론, 연기할 때는 제가 생각하고 연구해 온 방향과 너무 다르면 힘들 때가 있었죠"라고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께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여쭤보면 '아니, 꼭 이렇게 해야 돼!' 하시고, 그걸 제가 잘 못따라가는 점이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배우가 생각하는 연기와 감독이 원하는 연기가 같아도 드라마 제작 환경 탓에 배우의 기량이 100%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진세연은 눈물을 쏟아야 하는 스튜디오 촬영에서 순서가 밀려 대기 중에 펑펑 울고는 정작 본 촬영에서 얼마 울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공개했다. "너무 울어서 몸이 개운한 거예요"라며 까르르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옥중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아무래도 극 초반 있었던 옥녀의 신내림일 것이다. 물론, 진짜 신내림을 받는 게 아닌 수청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신내림을 받는 척하는 것이었다. 진세연은 이 장면에도 할 말이 많았다. "반응이 반반이었어요. 이상하다는 것과 웃기다는 것이요. 저는 사람들이 그 장면을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신내림 받은 척을 연기하는 거라서 충분히 과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은표 선배님이 '자꾸 흔들어라'고 팁을 주시기도 했죠. 저는 철판 깔고 했어요. 재미로 봐주신 분들이 계셔서 좋았어요."



'옥중화' 방영 내내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에 관해 진세연은 간접적으로나마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는 건 참 힘들고 어려워요. '옥중화'하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기대가 큰 작품이었던 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죠.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건 제 잘못도 있는 거니까 (이병훈) 감독님께 죄송했어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 것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데뷔 이후 '각시탈'부터 '닥터 이방인' 등 대작에 자주 출연하며 단련된 정신력이 보이는 대목이었다.

진중하고 목표의식이 큰 캐릭터를 도맡았던 진세연은 이제 생활 연기나 로맨스 코미디 등으로 조금 더 시청자의 생활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키워드는 '공감'과 '소통'이었다. "한 남자를 위해 탈북을 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고. 이런 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거잖아요. 요즘 '혼술남녀'나 '청춘시대' 보면 취업 준비나 대학생들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 그런 걸 보면서 저도 제 연기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활 연기나 로맨스 코미디를 바라는 진세연의 마음과 달리 올해만 시대극에 연이어 출연했다. '옥중화' 방영 중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지금과는 조금 동떨어진 삶을 연기했다. 필모그라피에 절반가량이 사극 또는 시대극이다.

"'옥중화' 같은 경우, 이병훈 감독님에 종방연 때 이야기해주신 건데요. 이병훈 감독님과 최완규 작가님이 저와의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고, 계속 떠올랐다고 하셨어요. 작품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여서, 저런 배우와 작업을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자신감과 의지를 많이 봐주신 것 아닐까요. '인천상륙작전' 때도 저를 보고 생각만 하던 캐릭터가 확고해졌다고 하시고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캐릭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진세연은 "이 모든 게 다 운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은 타이밍에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시기적으로 운이 따라준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작품 운뿐만 아니라 상대 배역 운도 따라줬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각시탈'의 주원, '닥터 이방인'의 이종석, 박해진, '인천상륙작전'의 이정재, 이범수, 여기에 '옥중화'의 고수까지. 화려한 배우들과 함께한 진세연은 "항상 긴장되고 떨리는 게 상대역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정재 선배님, 고수 선배님과 연기하는 것에 로망이 있었는데요. 다 이뤘어요. '옥중화' 남자 주인공이 고수 선배님이라는 걸 듣는 순간 정말 믿기지 않아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어요. 그때가 정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라고 소녀처럼 말했다.

"고수 선배님은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고 들어서 걱정이었어요. 옥녀는 아역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아역 때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비교 될까 봐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나도 얼른 친해져서 어색함 없이 해야 할 텐데' 하고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선배님이 먼저 말을 많이 걸어주셨어요. 그렇지 않은 성격이라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감사했어요."

다 이뤘으니 또 다른 목표를 세워보라는 질문에 진세연은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했다. "한 분만 꼽기엔 너무 많아요"라며 곤란해 했다. 장고 끝에 진세연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모두가 꿈꾸는 강동원 선배님도 계시고. 워낙 너무 많은 분이 같이하고 싶어 하는 분이잖아요. (긴 침묵) 또 유아인 선배님도요. 그분의 열정을 배우고 싶어요.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어요."

(추신. 빠른 93인 진세연과 동갑내기 배우이자 대세 배우인 박보검은 왜 없냐고 묻자 "너무 예쁘잖아요. 제가 외모를 더 가꾼 다음에 꿈꿔야 할 것 같아요"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MBC 방송화면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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