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진짜 살얼음판을 걷 듯 한 걸음 한 걸음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버틴 인물이 있었다. 태조 왕건(조민기 분)의 사랑을 듬뿍 받는 딸이지만 언제 어디로 시집갈지 모르는 황보연화(강한나)였다. 강한나는 영화 '순수의 시대', 드라마 '엄마'에 이어 고려의 공주로 안방에 돌아왔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한나는 밝은 미소가 돋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대본리딩을 하고 올해 초부터 여름까지 촬영을 하고 가을에 방영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보내는 게 시원섭섭한 듯 했다. 그는 "사전제작에 사극이라 많은 분들이 같이 고생하셨는데 이렇게 또 사랑받고 관심가져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끝낼 수 있어 좋았다. 감사하게 잘 마무리한다"고 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해 첫 미팅이 12월 24일이었다고 반추한 그는 "올해 6월 30일까지 촬영했다. 정말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작품인데 빨리 지나가네란 생각이 든다. 다른 촬영 때문에 본방송을 한국에서 지켜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는 어머니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가희로 분했던 강한나는 이번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굳센 마음을 먹는 캐릭터로 분했다. 그는 "누구도 잃지 않기 위해서, 가문을 지키고 싶은 인물이다. 한번 쫓겨난 아픔이 있고 고초를 겪었기에 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공주다. 황궁의 예쁨만 받았던 공주가 아니라 사연이 있는 인물이라 '순수의 시대'와는 또 달랐다"며 "연기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해도 '킹메이커'로 보여질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연기톤이나 이런 것들을 시도해보고 고민해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강하나는 중후반부에 접어들 수록 안정적이고 극에 몰입도를 더하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연기노트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강한나는 이번에는 연기노트를 잠시 내려놨다. 그는 "초반에는 열심히 적었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많았다. 단체신에서 동선도 달라지고 디렉팅도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혼자 고민하고 정리한 뒤에 현장에 갔었다면, 이번에는 현장에서 더 많이 부딪히고 흡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노트보다는 현장성에 집중했다. 대본이 다 나와있는 게 아니다보니 그때 그때 달라지는 부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강한나는 "킹메이커고 정치적으로 굉장히 똑똑하다고 해서 무게감이 굉장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해석했던 황보연화에 대한 설명을 들려줬다. 그는 "김규태 감독님이 초반에는 황자들을 비롯한 몸든 사람들이 즐거운 템포감을 가졌으면 했었다. 발랄할 톤으로 말이다. 뒤로 가면서 비극이 많아지기 때문에 초반은 가벼운 것을 원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연화 또한 초반에는 황후가 아닌 공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똑똑하지만 너무 무게잡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며 "너무 톤다운된 것 같다고 하시면 어미도 올려보고 그랬다. 초반엔 불편했었지만 점점 만들다보니 '이런 말투도 이렇게 해볼수도 있구나'하고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나 이런 것도 깨졌다. 저한텐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가 본 황보연화 공주는 무척이나 불쌍한 인물이다. 원하는 대로 아들을 낳았지만 황후 유씨(박지영)이 그랬듯 황제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그는 "연화가 선택한 자기가 살기 위해 한 그런 결정들이지만 안 좋은 선택들이 있었다.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그런 것들을 하며 얻은 자리가 마냥 행복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보연화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황보연화가 보여준 모습이 '보보경심'에 가까웠던 것 같다는 말에 "나 역시도 그게 모토였다. 연화도 한 걸음 한 걸음 살얼음판에 있기 때문에 말 한마디 순간적으로 내리는 결단과 판단 이런 것들에 가문이 좌지우지 된다. 제목이 내게도 와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을 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 하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특성상 끝까지 살아남은 황보연화가 승자 아니냐는 우문을 던져봤다. 강한나는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데스노트'처럼 죽음이 있는 걸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살아남으니 황궁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라고 생각했었다"면서도 "과연 이런식으로 이런 행동을 하며 살아남은 것이 과연 승리자일까 싶었다.죽진 않았지만 불행하게 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 아마 연화라면 항상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어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사랑한 이런 인물들이 오히려 해피엔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달아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팬들이 즐겨 사용한 "달아라" 이야기에 활짝 웃으며 "너무 좋다"고 만족했다. 그는 "연등 만들면서도 '나가'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대본상에서는 엄중하고 단호한 느낌의 대사처리였는데 연화라면 약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가볍고 당연한 일상이니 굳이 힘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대본리딩 때 그렇게 표현해봤는데 모두들 웃음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현이는 나만 보면 '달아라' 하고 갔었다. 스탭들도 누가 잘못하면 '나가', '달아라'라고 했다. 마치 유행어처럼 했다"고 말했다. 강한나는 "마치 유행어같이 됐다. 우리끼리 재미있어했던 부분을 시청자분들이 '짤'로 만들어주시고 그래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대사가 이야기 된 적이 없지 않나. 초반에 가벼운 톤인데 이 여자애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포인트였는데 재밌게 봐주셨다"고 재밌게 즐겨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인터뷰②에 이어)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서예진 기자
[XP인터뷰②] 강한나 "강하늘, 옷에 불 붙어도 연기 몰입…많이 배웠죠"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