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돌고 돌아 결국 다시 그에게 올 작품이었다. 배우 김승우가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소중한 한 줄을 채워넣었다.
11월 3일 개봉한 '두 번째 스물'은 20대에 뜨겁게 사랑했던 민구(김승우 분)와 민하(이태란)가 오해와 엇갈림 속에 이별한 뒤 40대에 운명적으로 재회한 뒤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
김승우는 40대 영화감독 민구를 연기했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방문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13년 전 안타깝게 이별해야만 했던 옛사랑 민하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김승우는 2012년 '두 번째 스물'의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에 대한 의문으로 한 차례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후 3년 후 다시 손에 넣은 시나리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감독과의 상의 끝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뭐랄까, 개인적으로 첫사랑의 순기능이라고 할까요. 그건 가슴 속에 두고 있을 때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굳이 그 감정을 꺼내서 첫사랑이었던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거든요. 지금 현실에 충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죠."
다시 만난 중년 남녀의 애틋한 마음. '불륜'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수 있는 부분에도 김승우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참 좋았어요. 제가 실제로도 '두 번째 스물'이 지났기 때문에 더 공감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느낌은 좋았죠. 사실 제목만 보면 서정적이고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이겠거니 했는데,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잖아요.(웃음)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해서는 안 되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사랑 이야기잖아요. 작품을 본 분들이 '저럴 수도 있겠거니', 혹은 '저런 나쁜 것들' 이런 다양한 평가를 하시겠죠. 그런 모든 관객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승우는 민구와 민하가 비행기에서 다시 재회하는 초반 장면을 떠올리며 "결과적으로 이별을 한 것이니, 아마 저라면 비행기에서 민하를 만났어도 모르는 척 했을 거예요. 지금 내 삶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실례인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함께 한 이태란과의 호흡은 단연 최고였다. 공교롭게도 극 중 민구, 민하의 나이와 영화를 촬영했을 당시 김승우와 이태란의 나이 역시 같았다.
김승우는 "신기했다"고 웃으며 "실제로 이태란 씨를 봤을 때 민하와 성격도 비슷했고, 나이도 같다 하기에 우연치고는 정말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죠. 적어도 민하 역할은 이태란 씨가 제격이었죠.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전했다.
'두 번째 스물'은 90% 이상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다. 주위에서는 '이탈리아 구경은 원 없이 했겠다'고 부러워했지만, 실제 타이트한 촬영 일정 때문에 그 곳의 풍광을 온전히 즐길 수만은 없던 시간이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저런 곳에 있었구나' 알게 되더라고요.(웃음) 이탈리아 안에서도 이동이 많았거든요. 짐을 풀고 또 싸고, 스케줄 자체가 워낙 빡빡해서 온전히 다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이태란 씨가 극 중 대사로 '꿈 같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그런 느낌이더라고요.(웃음)"
영화에서 놓치면 안 되는 장면 중 하나는 후반부 민하와 민구가 과거의 오해를 풀며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아, 그 장면요. A4 용지로 거의 8장 반~9장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정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죠. 나중에 홍보를 위해서 저희들의 NG컷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별로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시간의 압박을 받으니까 다들 초집중하고 또 긴장해서 그랬나봐요. 저희(김승우, 이태란) 뿐만 아니라 다들 아마 열심히 했던 것 같네요."
사랑에 대한 김승우의 소신은 확고했다. '영화 속 민구가 너무 지질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물음에도 "진정한 연인은 대부분 호구가 되지 않나요?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진짜 사랑하게 되면 아쉬울 때 찾고, 아쉬울 때 부탁하게 되고 그럴 것 같은데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텐데, 밖에서 보면 '저 호구' 이런 반응이 나오겠죠"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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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