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정은표, 이도은, 쇼리 등 감초 조연들이 없었다면 '옥중화'의 후반전의 오름세 또한 없었을 것이다.
연주자의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한다. 연주자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이지만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튀어서는 안 되고, 무대가 끝난 뒤 쏟아지는 박수에 답례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연주자만큼 악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집중해야 하며 연주자와의 호흡 역시 중요한 덕목이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의 '페이지 터너'는 배우 정은표, 이도은, 쇼리, 이봉원 등이다. 진세연, 고수, 박주미, 정준호 등 주연 배우들 뒤에서 조력자로, 때로는 방해꾼으로 활약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이병훈 감독 사극의 묘미라 할 수 있는 해학적 요소를 담당하며 지루할 수 있는 장편 드라마에 활력소가 됐다.
옥녀(진세연 분)의 양아버지 지천득(정은표)은 옥녀 어머니 가비(배그린)의 죽음을 목격한 중요한 인물. 특히 옥녀가 본격적으로 외지부(조선시대의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옥녀는 양부인 지천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위기에 처했을 때 슬기를 발휘해 통쾌한 반전을 일궈냈다. 또 코믹 연기, 실감 나는 고문 연기 등 베테랑의 경험으로 주연 배우들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윤원형(정준호), 정난정(박주미)의 하녀 종금(이도은)은 제대로 된 코믹 감초 연기로 시선을 강탈했다. 신분 상승을 위해 윤원형의 첩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극 중 전개에 언제나 웃음을 줬다. 고생 끝에 윤원형의 아이를 가졌지만 잘못된 진단이라는 게 밝혀져 슬프지만 웃긴 상황을 연출했다. 또 '옥중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장면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옥녀의 천방지축 조력자 천둥 역을 맡은 쇼리는 본업이 가수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감초 연기로 호평받았다. 옥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동분서주하며 윤태원(고수)이나 전옥서, 상단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중요한 정보를 캐내 옥녀에게 도움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었다.
그 밖에도 이봉원, 최민철, 이희도 등 드라마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하는 '페이지 터너'의 존재 덕에 50부작의 긴 호흡에 배우들도, 시청자들도 지치지 않고 함께 달려올 수 있었다. 무대 위의 '페이지 터너'들은 박수의 주인공이 되진 못하지만, '옥중화'의 '페이지 터너'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김종학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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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