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박보검, 김유정 보러 제주도에서 왔어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경복궁 흥례문 앞은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연 4인방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바다 건너 중국, 일본에서 온 팬도 있었다.
흥례문 한쪽에는 팬사인회를 위한 단상과 스피커가 설치되고 있었다. 그냥 경복궁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도 무슨 일인지 구경하느라 모여들었다.
팬 사인회 당첨자들은 번호표를 배부받았다. 문 바깥쪽으로는 당첨되지 못했지만 박보검, 김유정의 머리카락이라도 직접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기나긴 줄의 1번을 지키고 있는 팬은 박보검의 팬클럽 '보검복지부'의 회원이었다. 사인회 전날인 18일 오후 9시부터 기다렸다는 팬클럽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번호표를 나눠 가지고 질서 있게 박보검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검복지부' 회원이라고 밝힌 회사원 이 모 씨(28세)는 "당첨된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마 역적 죄인이었던 것 같다"며 밖에서 기다리는 신세를 한탄했다.
대부분 여성팬이 줄을 서 있는 가운데 중년의 남성 팬도 보였다. 중학생 딸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최 모 씨(43세)는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는데 160번을 받았다. 나는 서울에 일이 있다고 말하고, 딸은 체험 학습을 한다고 말하고 회사와 학교를 빠졌다"며 웃음 지었다.
최 씨는 "딸이 좋아해서 '구르미 그린 달빛'을 같이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팬이 됐다. 특히 박보검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인 것 같다. 기쁜 표정, 슬픈 표정 등 한 장면에서도 여러 장면을 표정 연기로 표현해내는 걸 보며 팬이 됐다"고 딸보다 더 큰 애정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SNS를 통해 팬 사인회를 신청한 2만 명 중 100명 안에 든 행운의 당첨자 중에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중학생 김 모 군(16세)도 있었다. 그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고 박보검의 팬이 됐다. 처음 당첨됐을 땐 부모님이 반대하셨는데, 학교 가기 전에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며 "오늘 아침에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학교는 체험 학습이라고 말하고 빠졌다"고 말했다.
현장의 '구르미 그린 달빛' 팬들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 명장면을 물어봤다. 많은 팬이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라는 명대사가 나온 4회 엔딩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또 계속 자신을 밀어내는 라온에게 수화로 마음을 전하는 장면과 자신을 죽이러 자객에게 "병연이냐"고 묻는 장면도 순위권이었다.
오랜 기다림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현장의 팬들은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만큼이나 낭만적인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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