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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현장] 구한말과 맞닿은 2016년, '곤 투모로우'가 갖는 의의

기사입력 2016.09.23 05:48 / 기사수정 2016.09.23 05:48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헬조선', '수저 계급론', '지역 갈등' 등 현재 우리 사회는 큰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다. '곤 투모로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구한말을 배경으로, 사회가 개인을 힘들게 할 때 개인에 취해야할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배우 강필석, 김무열, 김민종, 김법래, 강성진과 이지나 연출, 최종윤 작곡가, 김성수 음악감독, 심새인 안무가가 참석한 가운데 '곤 투모로우'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 오태석의 '도라지'를 뮤지컬로 만들고자 생각한 계기는?
이지나: 10년 전에 '도라지' 작품을 보고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었다. 뮤지컬의 주제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10년 전에 봤던 '도라지'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 개화기 시대의 혼돈적인 상황이 현재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역사 속에서 아직 우리가 확실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이 '도라지'를 올리는 데 적기라고 생각했다.

▶ 영어 제목 '곤 투모로우'가 구한말을 다룬 뮤지컬이라고 한번에 와닿지 않는다
이지나: '곤 투모로우'는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극중에서 혁명가가 사상을 말하고, 암살자가 사람을 죽이고 다녀도 절대 惡(악)인 이완 총리가 죽지 않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존재한다. 그래서 '내일은 없다'는 부정적인 주제를 제목에 사용하고 싶었다. 굳이 영어로 쓴 것은 역사물이지만 음악이나 장르, 그리고 비주얼 적인 면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놓치지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이지나 연출의 두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와 '곤 투모로우' 중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은?
이지나: '도리안 그레이'와 '곤 투모로우'를 만드는 작업은 겹치지 않았는데, 극장 스케줄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올라오게 됐다. '도리안 그레이'는 미쟝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들었고, '곤 투모로우'는 연기를 섬세하게 잘하는 멋진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비주얼적인 것 보다는 배우의 내면과 주제가 더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다른 작품이다. 어느 작품에 더 애정이 있냐고 물으면 엄마의 마음으로 애정은 같지만 표가 좀 덜 나가는 작품에 마음이 더 간다. (웃음)

▶ 결과적으로 '곤 투모로우'를 통해 말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이지나: '도라지'라는 원작의 주제를 나도 그대로 옮기고 싶다. 힘든 시대에서 남 탓만 하지말고 도라지 뿌리처럼 함께 얽혀서 이겨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개화기 시대, 힘들었던 우리의 역사는 이완 총리라는 절대 악으로부터만 나온 것이 아니다. 극중 이완 총리만 탓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힘들다고 다른 지역 사람이 잘못했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잘못했네 남 탓만 해서는 바뀌는 것이 없다. '곤 투모로우'는 계속해서 밑에서부터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뮤지컬을 본 관객의 상당수가 안무가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남긴다. 어떤걸 중점으로 만들었는가.
심새인: 오태석 선생님께서 뮤지컬 무대 위의 춤은 현실에 존재하는 춤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무대 위의 퍼포먼스는 춤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춤을 추며 공감하는 그 자체를 표현하려고 했다. 어떤 장르를 따와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춤의 이름을 정할수는 없다. 원작에서는 사자춤이라고 말하더라.

이지나: 덧붙이자면 오태석 선생님은 인간이 가장 가까워야 하는 게 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만나면 길거리에서도 다짜고짜 춤을 추자고 하시고 그런다. 우리 민족을 춤을 춰야지만 가까워지는 민족이라고 믿어으신다.

▶ '곤 투모로우'에는 왈츠,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된다. 어떤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최종윤: 어두운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우리 작품을 다큐멘터리처럼 안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음악의 힘이 중요했다. 작곡가로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사람들의 마음과 음악 간의 개연성이었다. 그들의 심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더니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사용됐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혼합되기 위해서는 편곡의 힘이 중요했는데, 김성수 음악감독님이 노래에 날개를 달아주셨다.

김성수: 음악을 편곡하며 원칙으로 둔 건 '록' 음악은 피하자는 것이었다. 베이스, 기타 등 현대 악기는 모두 뺐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작과 끝 부분이다. 특히 1막 마지막 곡이 마음에 든다. 템포가 점점 빨라지며 음악의 규모가 커진다. 그때 배우들의 노래가 악기의 템포와 딱 맞아떨어질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열연한 배우들은 관객들이 어떤 걸 보고 느끼고 갔으면 좋겠는가
강필석: 어느 장면을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좋은 장면이 많다. 사실 연습을 하면서 의심되는 장면들도 많았다. 과연 이 장면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이해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연출님께서는 '충분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공연을 시작하고나서는 나도 모르게 무대 위에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경험해보지 않은 시기지만 실제로 그 시대를 산 것 처럼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김무열: 우리 뮤지컬을 보고 가시는 관객분들이 '울컥했다'는 감상을 자주 남긴다. 그 울컥함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그 답을 찾으신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고종과 이완 총리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어떤걸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나.
김민종: '곤 투모로우'의 고종은 우리가 아는 이미지와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한없이 무력해보이지만 누구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인물이다. 나와 함께 고종을 맡은 박영수, 조창순의 고종을 비교해보면 모두들 다르게 고종을 해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종을 연기하며 김옥균을 죽여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안잡혔으면 좋겠다고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표현했다.

김법래: 이완 총리를 연기할 때 연출님께서 원하시는 느낌은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라고 하셨다. 그만큼 절대 권력과 파워를 가진 인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모든 대사와 노래를 저음으로만 처리한다. 특히 천수경을 외는 장면에서는 나 스스로 신을 뛰어넘는 존재라고 생각하느 그런 인물을 만들고 있다.

▶ 추석 연휴와 함께 '곤 투모로우'가 개막을 했다.
강성진: '곤 투모로우'에 참여하는 배우들 모두 이 웰메이드 창작극을 초연을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추석 연휴바로 전 날인 지난 13일에 프리뷰공연을 시작했다. 추석이 의미가 없었다. 모두들 고향에도 안 가고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다. 우리에게 추석은 없었다. '곤 투모로우'는 우리에게 곧 '곤 추석'이다.

한편 지난 '곤 투모로우'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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