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레이디스 앤 젠틀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 못하신 분들."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편견의 굴레를 만들어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 적이 있지 않은가.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비정상’의 범주에 둔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이러한 세상의 편견과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유쾌발랄한 이야기를 통해서다.
앞서 제리미첼가 연출을, 신디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아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같은 해 미국 최대의 공연 시상식 토니어워즈 6관왕과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초연 1년 반 만에 세계 최초로 한국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다.
시종 흥겹다. 어깨를 들썩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넘버들과 캐릭터의 강렬한 에너지,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신나는 무대를 만든다.
작은 공장 안팎에서 이뤄지는 찰리와 롤라, 공장 사람들의 열정을 지켜보다 보면 150분이 훌쩍 지나간다. 찰리가 의젓한 리더로 성장하고 롤라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과정은 지루할 틈 없이 신나는 분위기 속에 이어진다.
단순히 신나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메시지는 울림 있다.
'버건디는 육포, 레드는 섹스의 컬러'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롤라는 소수자이지만 소수자뿐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편견과 억압에도 유쾌한 매력과 당당한 자신감을 지닌 그는 '남자가 반드시 남자다워야만 정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찰리는 인생의 목표도, 꿈도 뚜렷하지 않았지만 롤라에게 영감을 받고 공장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 두 사람은 “같이 부츠를 만들자”며 포옹한다. 그 어떤 편견도 용기있는 이들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킹키부츠’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에 부합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볼 만하다.
김호영과 정성화의 조합이 빛난다. 김호영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던 청년에서 비로소 목표가 생기고 적극적으로 행하는 찰리로 분했다. '렌트'의 앤젤, '이'의 공길, '프리실라'의 아담, '라카지'의 자코브 등 성 정체성의 경계에 서있는 캐릭터를 자주 맡은 김호영은 이번에는 롤라가 아닌 찰리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정성화는 등장부터 파격적이다. 누가 봐도 상남자 외모를 지닌 그가 하이힐을 신고 드랙퀸 복장을 한 채 여성스러운 몸짓을 취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어느새 롤라 그 자체가 돼, 남들과는 다르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롤라를 유쾌하게 연기했다.
김지우 역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용기를 주는 여주인공 로렌을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한다. 'History of Wrong guy'를 부를 때 로렌의 발랄함은 극대화된다.
11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150분.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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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