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용운 기자] 손은 실수했지만 발은 끄떡없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33) 골키퍼가 맨체스터 시티 데뷔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브라보의 첫인상은 기대반 실망반이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 임한 브라보는 손과 발에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와 달리 실수를 범했다. 하필 잡았다가 놓친 볼이 상대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연결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롱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에 브라보의 안정감을 지적하는 말이 많다. 10년 가까이 맨시티의 수호신으로 활약하던 조 하트(토리노)를 밀어내며 기대감을 안겼던 브라보였기에 의아한 실수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브라보의 색깔은 분명 지금의 맨시티에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왜 그토록 하트를 내치고 브라보를 데려오려 애를 썼는지 잘 나타난다.
발기술이 좋은 브라보의 존재 하나로 맨시티는 원정임에도 맨유의 득달같이 달려드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맨시티는 그동안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를 기용할 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골키퍼부터 볼 운반을 시작했다.
브라보의 존재로 세밀한 후방 패스워크가 가능해진 맨시티는 전반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뒷쪽에 무게를 두면서 차분하게 볼 소유를 늘려나갔다. 후반 맨유의 파상공세가 펼쳐진 시점에는 시간을 보내는 의미의 후방 볼돌리기에 중점했다. 그때도 브라보는 패스 가담에 힘을 보탰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짜기에 브라보는 필수요소였다.
기록이 잘 말해준다. 영국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브라보는 맨유전에서 44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그 중 숏패스는 26개로 롱볼(18개)보다 많았다. 그만큼 짧은 패스로 좌우로 넓게 벌린 센터백이나 풀백, 볼을 받으러 내려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잘 연결했음을 알 수 있다.
브라보의 44개 패스는 워낙 잔패스를 즐기는 맨시티 안에선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맨유와 비교하면 상당한 패스 시도임이 드러난다. 맨유에서 브라보보다 많은 패스를 한 선수는 마루앙 펠라이니(47개)와 폴 포그바(45개) 뿐이다. 다비드 데 헤아는 25개로 브라보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과르디올라 감독 전술에서 골키퍼는 선방보다 패스가 우선이다.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지만 그 장면은 수비수들과 콜플레이 호흡이 생기면 해결되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이후 무실점을 한 부분과 총 44개의 패스를 한 것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브라보는 내가 본 경기력 중에 최고였다. 실점은 운이 없었고 그런 것은 때때로 일어난다"며 "브라보는 골을 내준 이후에도 일관되게 앞으로 나와 패스했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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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