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용운 기자] 독일 시절 손흥민(24,토트넘)은 공간과 친했다. 상대 뒷공간을 여지없이 파고드는 스피드에 더해진 슈팅력으로 역습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독일 무대를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오면서 공간과 멀어졌다. 볼 소유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전술일수록 공격수는 있는 공간이 아닌 없는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토트넘이 그랬다. 손흥민은 이적 첫 시즌이라 전술도 낯선 팀에서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이 부진한 경기를 보면 늘 수비수에 둘러쌓여 있거나 공격 전개시 볼을 가진 선수 주변으로 가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상대 수비를 흔들거나 볼을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늘 손흥민의 동선이 지적을 받았고 시즌 막판에는 경기에 자주 투입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토트넘서 입지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손흥민이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11일(한국시간) 스토크시티전에서 2골 1도움의 원맨쇼를 펼쳤다. 새 시즌 첫 출전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역시 해법은 공간이었다. 2선의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장점인 토트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첫 골이 딱 그렇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공격이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 도달한 시점부터 대각으로 움직였다. 해리 케인이 상대 수비수 2명을 묶어둔 빈공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달려들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크로스가 누굴 향한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에릭센은 문전에 생긴 공간을 향해 패스했고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를 달지 않은채 홀로 있었다. 자연스럽게 왼발로 방향만 바꾼 손흥민은 어렵지 않게 골맛을 봤다.
두 번째 득점도 마찬가지다. 역습 상황에서 무리하게 최전방으로 향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케인과 동선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던 움직임이 아니었다. 에릭센에게 패스 방향 옵션을 늘려주듯 자신의 자리를 타고 쭉 올라갔다. 스토크 수비수들은 에릭센을 보는 동시에 공간을 넓히는 손흥민까지 함께 눈에 담기 어려워했고 기회에서 정확하게 감아차 멀티골을 뽑아냈다.
2골 1도움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우려를 털어냈다는 만족감에선지 활짝 웃었다. 이를 보는 입장에서도 가장 기다렸던 장면을 확인하며 함께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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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