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용운 기자] 올해는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지 100년이 되는 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한국 배구 100년 역사를 위해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남다른 포부를 담아 리우올림픽에 나섰다.
여자배구는 어깨에 짓눌려진 무거운 부담을 이겨내며 감동의 걸음을 이어나갔다. 첫 경기 숙명의 한일전을 기분 좋게 이기며 승리의 환희를 국민들에게 선사했고 슈퍼스타 김연경의 진두지휘 아래 강호와 대등한 싸움을 펼치면서 기대감을 안겼다. 다른 구기종목이 모조리 짐을 싸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여자배구의 선전은 박수를 받았다.
목표대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여자배구는 8강에서 네덜란드를 만났다. 상대 경우의 수에서 내심 바랐던 네덜란드인 만큼 4강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여자배구의 행보는 안타깝게도 8강에서 멈췄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선수단 그대로 돌아와 해산한다. 앞서 리우올림픽 일정을 마친 양궁과 축구, 펜싱 대표팀은 함께 귀국해 공항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마중나온 팬들의 뜨거운 박수는 메달에 실패한 선수들에게 위안이 됐고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현실을 즐기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리우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한국으로 함께 이동하며 아쉬움을 이겨내고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기는 커녕 각개전술로 귀국길에 오른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 총 16명의 항공권이 달라 생긴 일이다.
뜻깊은 도전에 나섰던 대표팀이라기엔 마무리가 너무도 형편없다. 당초 계획은 24일 돌아오는 한국 선수단의 전세기를 타는 것이었지만 4강에 오르지 못해 귀국 일정이 앞당겨져 일이 벌어졌다. 선수들은 서른 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과 거리를 인솔자도 없이 저마다 해결해야 한다.
배구협회는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배구의 자축연 장소로 김치찌개집을 잡아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에도 여자배구에 배정된 AD카드가 3장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인력만 파견하는 바람에 선수들은 통역과 팀닥터 없이 올림픽을 치렀다. 배구협회의 부실지원을 지적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배구협회 관계자는 "항공권은 대한체육회 소관이다. 팀에서 원하는 선수들의 복귀 일정이 다 달라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차출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AD카드가 없으면 현장에 가더라도 선수단과 같은 동선이 불가능해 도움을 줄 수 없다.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국에서 소통 창구를 마련해 놓았다"고 해명했다. 겉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체육회로부터 AD카드를 3장밖에 확보하지 못한 협회 입지를 탓해야 한다. 그로 인해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이 당연할 수는 없다.
대표팀은 따로 귀국하는 만큼 별다른 해단식도 열리지 않는다. 오는 25일 체육회 주최로 열리는 오찬을 통해 신임 협회장과 선수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이역만리서 뛴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인상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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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