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진태 기자] 불펜 투수들도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시작한다.
심각한 타고투저에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발 투수 못지 않게 1~2이닝을 짧게 던지는 불펜 투수들도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며 무너지기 일쑤다.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한 외부적인 움직임(스트라이크존, 마운드 높이 변화)이 논의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투수들의 노력도 병행이 되야 된다.
타자들의 리그를 움직이는 흐림이 잘 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쟁력있는 투수와 타자의 싸움을 보고 싶은 것은 야구팬의 바람임이 분명하다. 난타전 못지 않게 투수전도 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승리를 지킨 윤길현은 "캠프 때부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포크볼을 장착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라며 "시즌 초에는 잘 사용하지 않다가 포수 강민호 선수가 과감하게 사인을 내줘 던지고 있다. 이 부분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조원우 감독은 "불펜 투수들도 투피치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라며 "150km/h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아닌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구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KBO 리그 전체 구원 평균 자책점 - 전체 타율(2013~2016년)
2013년 구원 평균자책점 4.28 - 0.268
2014년 구원 평균자책점 5.20 - 0.289
2015년 구원 평균자책점 4.92 - 0.280
2016년 구원 평균자책점 5.12 - 0.289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기준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불펜 투수 중 세 가지 구종 이상으로 타자와 상대하는 투수들이 많이 있다.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임창민(NC)은 속구(직구)외에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던지며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84억 사나이' 정우람도 주무기 체인지업을 포함해 싱킹패스트볼을 레파토리에 추가하며 타자들의 머릿속에 혼란감을 준다. 마무리 박희수의 부재로 필승조에서 책임감이 늘어난 채병룡은 선발 투수 출신답게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그는 속구(직구)-슬라이더-커브 위주의 볼배합을 가져가고 있다.
스윙맨, 셋업맨 등 마당쇠 역할을 맡고 있는 송창식도 다양한 구질이 없었다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는 속구(48.1%), 슬라이더(16.6%), 스플리터(15.9%), 커브(16.9%) 등 네 가지 구종을 적재적소에 던지며 타자와의 '익숙함 싸움'에서 이겨내고 있다.
LG의 투수 임정우는 4~5가지의 구종을 던지는 투수로 유명하다.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확정지은 뒤 임정우는 매 경기를 앞두고 구위가 좋은 구질을 몇 가지 뽑아 볼배합을 가져간다. 매 경기 임정우는 타자들에게 변화무쌍한 승부를 펼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박경완 배터리 코치는 "한 구종이 추가되면 투수가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확률은 배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으면 많을수록 득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펜 투수들도 투피치라는 굴레를 벗어나 더 많은 구종을 장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록 출처] :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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