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을 차지한 김현우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있게 했던 말이다. 비록 이번에는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으나 김현우는 힘든 상황에도 인상적인 투혼을 보여주며 누구보다 올림픽에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2서 펼쳐진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현우가 크로아티아의 보조 스타세비치를 6-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레슬링의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모두 달성한 선수다. 역대 한국 선수 중 박장순(48), 심권호(43)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지난번 올림픽에서 66kg급 금메달을 따냈던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유명한 연습벌레 김현우에게 체급 변동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연이어 제패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정상에 오른 김현우는 이번 대회서도 올린 체급으로 나섰다. 자신의 우상인 심권호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처럼 두 체급 석권이라는 전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승리의 여신은 시작부터 김현우의 편이 아니었다. 무작위로 추첨된 대진에서 첫 경기에 세계랭킹 1위이자 맞수인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를 만난 것이다. 안한봉 레슬링대표팀 감독은 "어차피 만나야하는 상대"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나 못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경기에 나선 김현우는 세계 1위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1회전부터 힘으로 블라소프를 압박한 김현우는 선취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이후 연이은 공격을 당해 6점을 내주고 2회전서 1점을 만회하는 등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생겼다. 김현우가 종료를 몇 초 앞두고 시도한 공격이 완전히 들어간 듯 보였지만 심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4점을 예상했던 안 감독과 달리 심판 판정은 2점이었다. 여기에 안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판정이 번복되지 않아 벌점 1점까지 추가돼 김현우의 금메달 도전은 좌절되고 말았다.
다행히 탈락을 안겨준 블라소프가 결승전에 올라 김현우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올림픽 레슬링 규정상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끼리 패자부활전을 펼쳐 2개의 동메달의 주인을 가르도록 돼있다.
판정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을 것 같았지만 김현우는 달랐다. 김현우는 자신에게 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놀라운 정신력으로 경기에 집중하며 패자부활전에서 중국의 양빈에 3-1 승리를 거뒀다.
동메달 결정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대에 2점을 뒤진 채로 2회전을 맞이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역전에 성공해 멀어졌던 메달을 손에 쥐었다. 위기마다 강해진 김현우의 저력이 돋보였다.
김현우는 탈락 후에도 절망하지 않고 세계 정상급 선수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김현우가 보여준 의지와 집중력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실현된 결과였다. 김현우가 절망적 현실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따낸 동메달은 실로 금메달보다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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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