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배우 송일국은 “노래가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첫 뮤지컬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 절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긴장을 이겨내고 꿈의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2곡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음악 선생님 표현에 따르면 같은 다리 근육이어도 축구, 육상, 야구 선수 근육이 다르듯 성대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요. 그만큼 훈련을 거쳐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어요. 갑자기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 말고 꾸준히 훈련하면 언젠가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하루하루 좋아질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음악 선생님만 세 명이란다. 그만큼 그의 각오가 대단하다. 누가 되지 않으려 연습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임한다.
“앙상블 중에 처음 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요. 첫 공연할 때 떡도 돌리더라고요. 저도 그 친구들과 비슷한 심정이에요. 그 친구들에게 모범까지는 아니어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전작할 땐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공연장에 제일 먼저 가고 제일 먼저 청소했어요. 지금은 애가 셋이나 딸려서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연습에 안 빠지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음악 선생님만 세분인데 최정원 선배님이 소개해준 분, 아내가 소개해준 분도 있어요. 저는 악보 볼 줄도 몰라요. 이제 이론 공부를 시작하고 있죠. 최정원 선배님이 제 나잇대에 할 배역이 많으니 열심히 노력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화려한 탭댄스 군무와 함께 담은 작품이다. 송일국은 이종혁과 카리스마 있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송일국은 “정말 제 노래가 부족하긴 하지만 다행인 건 제가 노래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30대에는 꿈과 희망을, 30대 이후에는 추억과 낭만을 주는 작품이에요. 2시간 반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올여름 행복하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해요. 와서 신나게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송일국이 자신만의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기 위해 롤모델로 삼은 배우는 남경주다. 연기부터 손동작까지 살펴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남경주 선배만 따라하자, 반만 해도 성공한 거로 생각했어요. 전 따라한다고 따라했는데 선배님처럼 유연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동작이 크지 못해요.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남경주 선배님이 첫 공연을 보러오셨어요. 전에 뵌 적은 없지만 롤모델로 비디오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죠. 나중에 최정원 선배님 말로는 ‘저 친구는 나하고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던데’라고 그랬다더라고요. 저는 충격이었어요. 따라 했는데 다르게 해석했다고 해서."(웃음)
송일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뮤지컬 계 중고신인이다. 화려한 쇼 뮤지컬이지만 줄리안 마쉬라는 역할은 춤과 노래의 비중이 작아 딱 맞는 배역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배역도 매력 있고 중고신인이 하기 좋은 역할인 것 같아요. 물론 대사는 많지만 춤이 있거나 노래가 많은 건 아니기 때문에 노래가 부족한 중고신인이 하기 좋아요."
극에서는 배우들을 휘어잡는 아우라를 지닌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주인공 페기소여의 마음이란다.
"대사 중에 ‘신출내기로 무대로 나가지만 돌아올 땐 스타가 돼 있어야 해’라는 대사가 있어요. 매회 공연할 때마다 페기의 심정으로 하고 있어요. (임)혜영 씨나 에녹 씨가 나이가 어리다뿐이지 뮤지컬로는 저보다 한참 선배나 마찬가지예요. 노래할 때 혜영씨의 표정이 선생님 같아요. ‘잘해야 돼’라는 표정이 보여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페기가 된 것 같죠.”
인터미션 때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고 했다.
“1막엔 노래가 아예 없어요. 인터미션이 지옥 같은데 그 시간이 긴장돼 방에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요. 음악 선생님이 목 푸는 방법을 알려줘서 15분간 그것만 해요. 연습할 때는 첫 곡이 더 쉬웠고 늘 마지막 곡이 문제였는데 정작 공연을 올리니 첫 노래가 잘 안 되더라고요. 계속 떠들다 노래하게 돼 그런 것 같아요. 노래는 부족하지만 연기는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어요. 앙상블이 주인공이고 그 친구를 잘해 보이게 하는 양념 역할이라 적어도 그 부분은 부족하지 않다고 봐요.”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뮤지컬의 첫 단계를 끊은 송일국은 무대에서 희열을 느낀단다. 뮤지컬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된 그의 다음 목표는 ‘맘마미아’다.
“노래가 정말 쉬운 게 아니지만 오히려 ‘42번가'를 잘한 것 같아요. 이제 좀 길이 보여요.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최정원 선배님이 출연한 ‘맘마미아’를 보러 갔어요. 내가 이 작품에서 잘 해내면 다음 작품은 ‘맘마미아’를 하면 좋겠다 싶네요. 남경주 선배님의 역할(샘)을 해보고 싶은데. 하하하. 제 꿈이에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①] '42번가' 송일국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뤘네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