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훌리건은 테러보다 더 무서웠다. 한달여 축구 전쟁을 마친 유로2016의 옥에티는 과도한 축구 사랑이 폭력으로 표출된 훌리건의 난동이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유로2016을 앞두고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했다. 이유는 지난해 11월 130명의 생명을 앗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올 여름 유로2016을 비롯해 세계 최대 자전거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까지 열리면서 테러 위험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프랑스 당국은 유로2016의 개막이 다가올수록 테러를 대비한 가상 훈련에 주력했고 경기장과 중심지 보안 점검 수위를 높이면서 안전한 대회를 자신했다.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덕분인지 유로2016은 테러 위협에서 벗어났다.
정작 문제는 축구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였다. 과격한 축구팬을 일컫는 훌리건 문제가 유로2016을 얼룩지게 했다. 대회 시작부터 팬들의 충돌이 벌어졌다. 유달리 극성스럽고 사납기로 소문난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팬들이 부딪히면서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경기장에 배치된 안전요원이 무색하게 러시아 팬들은 잉글랜드 응원단을 습격해 한바탕 난리가 났고 경기장 밖에서 무력충돌까지 벌였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훌리건의 난동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고 하루가 멀다하고 외신을 통해 훌리건 체포 소식이 들려왔다. 테러가 아닌 팬들의 충돌이 빈번해지자 프랑스 경찰은 9만여명에 경찰 인력을 경기장 안전 보호에 배치했고 사설경호 인력도 투입했다. 체포한 극렬 훌리건의 경우 자국으로 추방하며 강도높게 대응했다.
그래도 멈출줄 몰랐다. 급기야 크로아티아와 체코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크로아티아 극성팬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홍염을 다수 내던지며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팬들은 유로2016 예선에서도 같은 행동을 벌여 대표팀 승점이 감점되는 사태를 벌이고도 잘못을 모르고 본선까지 말썽을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팬들의 다소 지나친 행동은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스페인-터키전에서는 패한 터키 관중들이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치고 경기장에 쓰레기를 투척했고 헝가리-아이슬란드의 경기에서도 헝가리 팬들이 아이슬란드 팬들을 위협하면서 소요사태를 일으켰다. 대회 내내 조용하던 개최국 프랑스 팬들마저 준결승에서 독일을 꺾고 16년 만에 결승에 오르자 도로를 점거해 자국 경찰과 충돌했고 결승전에 패한 뒤에는 에펠탑 근처 팬존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4일 유로2016 개막 이후 체포된 사람들만 1천명이 넘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폭력 훌리건의 난동이 잦아지면서 평소같으면 지탄을 받았을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팬들의 행동은 오히려 장난스러움으로 비춰질 정도였다.
반대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대회 내내 별다른 충돌 없이 대회를 즐겨 좋은 선례를 남겼다. 파리시장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축구팬들에게 특별 메달을 수여하며 관중매너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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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