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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나마나] 이동국, 상대 수비수라도 넘어뜨리자!

기사입력 2007.11.07 03:14 / 기사수정 2007.11.07 03:14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우람 기자]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많이 보이십니다. 어떤 분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배낭여행을, 또 어떤 이들은 가족들이나 지인들과 관광을 목적으로 여유로운 휴가를 떠나곤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유럽여행을 준비함에 있어 사전에 알아보면 좋은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당연히 방문국의 언어와 관광지에 대한 배경 지식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그만큼이나 유럽 축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쌓고 가는 것도 뺴놓을 수 없다고 봅니다. 

유럽 땅을 밟는 순간 우리는 쉽게 공통적인 경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잉글랜드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당당히 자리를 꿰찬 박지성 선수와 우리의 관계입니다. 

지금은 비록 부상으로 내년 1월 복귀를 목표로 조용히 재활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지성 선수이지만, 워낙 맨유가 유럽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인 탓에 어지간한 유럽의 청년이나 아저씨들이면 알고 계시더군요.

저 역시 예전에 학생일 적, 체코에서 방학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체코가 연평균 1억 명 가까이 되는 관광객이 몰리는 나라인 만큼 저는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 우연히 많은 외국인과 종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언어적 소양이 부족한 제 밑천이 딸린 탓도 컸겠지만, 그런데 신기하게도 짧은 시간 외국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눌 때보면  통성명 이후 자연스레 축구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더군요. 그도 그럴 것 이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마치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오 지성 빡!"이라는 대답이 열이면 여덟이었기 때문입니다.  레드삭스를 자랑스러워한 미국분을 제외하고요.

그분들은 어떻게 챙겨봤는지 박지성 선수에 대해 잘 알고 있으셨습니다. 박 선수에 대해 "움직임이 빠르고, 열심히 뛰는 모습이 마치 황소 같네, PSV 시절 챔피언스리그 4강 AC 밀란 전에서 넣은 골은 환상적이었네"라며 칭찬을 하면서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당연히 얘기가 이쯤 되면 저도 슬슬 맞칭찬을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분이 체코분이면 하다못해 당신은 잘생긴 페트르 체흐(첼시 GK)와 닮았습니다고 웃어줘야 했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박지성 선수의 인기가 이 정도니,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강타한 '차붐' 차범근 감독의 인기가 여전히 독일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박 선수와 차 감독님이 이처럼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도 유럽무대에서 흔치 않고,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이나 기술처럼 불리한 조건을 많이 갖고 있는 동양 선수들 중에서도요.

우선 두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명확히 살려 팀내 입지를 분명히 다졌습니다. 집과 운동밖에 모르는 성실한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심은 것과 동시에 박 선수는 공간창출능력과 폭넓은 운동량으로 헌신적인 플레이를, 차 감독은 당시 아시아 출신 선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트라이커로서 빼어난 골 결정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요즘 어떤 아시아 선수들은 '셔츠 판매원'이라는 자신의 장점(?)도 갖추고 있지만, 일단 위의 두 선수는 축구의 외적인 요소와 별개로 오로지 실력으로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성공의 이면에는 포기를 모르는 '투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보다 체격 조건에서 월등한 선수들을 상대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 승부를 뒤집으려는 근성이야말로 험난한 유럽무대에서 동양 선수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숨은 원천이었습니다.

이런 박지성 선수와 차범근 감독님 성공 사례처럼 유럽 축구에 발을 내디딘  모든 한국 선수들이 이런 전철을 밟았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이래저래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이동국 선수입니다.

이동국 선수는 최근 심적인 고생이 심합니다. 국내에서는 대표팀 음주 파동이 불거졌고, 가뜩이나 자신에 대한 여론이 곱지 못한데 이를 두고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이 문제를 크게 제기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언론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동국 선수의 하소연까지 들릴 정도입니다.

지난 시즌 레딩과의 후반 종료 직전 깜짝 데뷔전에서 장기인 발리킥으로 골대를 강타한 이동국 선수.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서 박지성-이영표-설기현 선수가 데뷔 시즌에 보인 '포스'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이동국 선수는 여러 복잡한 사정에 얽혀 발이 묶여 있는 모습입니다.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요.

올 시즌 미들즈브러에서 선발로 출장한 횟수는 고작 4번. 그나마 공식 대회에서 터트린 한 골이 있지만, 이조차도 3부리그와의 컵 대회에서 터뜨린 기습 중거리슛입니다. 최근에는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감독조차  위기에 몰린 팀의 사정인지 이동국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동국 선수의 부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들즈브러의 팀 특성과 이 선수가 맞지 않네, 운이 없다는 등 많은 얘기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팀 전술에 대한 얘기는 최대한 배제하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는 일차적으로 팀에 녹아들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저는 무엇보다 이동국 선수가 험난한 무대에서 너무 선한 모습만을 비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한국에서 포스트 플레이, 발리킥의 달인의 소리를 듣던 이동국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동국 선수의 모습에서는 다소 위축된 듯, 그런 자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죽했으면 이제 현지 팬들로부터 야유까지 듣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격수로서 지속적인 선발 기회를 못 얻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만, 겉으로 드러난 현재 이동국 선수의 플레이에서 아쉬운 점은 생존하겠다는 정신력과 팀에 대한 희생입니다.

보로가 이동국 선수를 뒷받침할 지원이 좋은 편은 못되지만, 그렇다고 후반에 투입된 선수가 아무런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내려온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상대 중앙수비수라도 몸싸움으로라도 벌여 넘어뜨리고 이대로 경기를 끝내지 않겠다는 근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엄연히 조커 본연의 목적이 감독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아니겠는지요. 후반에 투입된 선수는 최소한 결과는 못 내더라도 활동량과 적극성만큼은 22명 선수 중 최고여야 인정받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현역 시절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악바리 근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체력이 남아있으면 스스로 화가 났을 정도로 후회 없이 경기장에서 뛰었다고 합니다.

박지성 선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 선수는 딱히 공 터치가 매끄러운 편은 아니지만, 공이 없을 때만큼은 정말 세계 정상급 선수의 움직임입니다. 기교를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공을 다시 팀에게 가져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선수에게 태클을 날리며 압박의 강도를 조입니다.

물론 이동국 선수가 박지성과 차범근, 특히 차범근 감독처럼 똑같이 뛰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동국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최근 대표팀 내에서 불명예스러운 사고에 연루되어 이제 잉글랜드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인 워크퍼밋(노동허가, 2년간 A매치 75% 소화 )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팬들은 공격포인트를 못 올려도 좋으니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열의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길 원합니다. 이런 작은 변화를 통해 앞으로 적극적인 공격수의 '성질'을 부리겠다는 의지를 팀에 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금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만 잘 살리면 충분히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습니다. 물이 오르면 종잡을 수 없는 상승곡선을 타는 이동국 선수인 만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라이언 킹' 이동국 선수. 공교롭게도 자신의 애칭이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문양인 사자의 제왕이라는 뜻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르는 이동국 선수가 오늘날의 위기를 잘 넘겨 보로, 아니 유럽무대에서 '라이언 킹'이라는 멋전 애칭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유럽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지성 빡!' 말고도 '라이언 킹'이라고 추켜세워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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