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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박찬욱 감독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 창작자에겐 큰 재산"

기사입력 2016.07.17 00:21 / 기사수정 2016.07.17 01:33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로 7년 만의 국내 영화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일찌감치 안팎의 높은 관심을 모았던 '아가씨'는 6월 1일 국내 개봉 후 427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어렵다'는 일부의 고정관념과 달리,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미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스토리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09년 '박쥐' 이후 2013년 '스토커'로 할리우드에서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온 그지만, '아가씨'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떨리는 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아가씨' 개봉 후 만난 박찬욱 감독은 "늘 긴장되지만 이번은 더 그런 것 같다"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영국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파격적인 소재로 주목을 받아왔다.

박찬욱 감독은 "'파격적인 소재로 골라야 한다'는 기준은 없었다. 원작이 스릴러로서 재미있고, 장르적인 재미가 충분하기 때문에 시작을 했던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좋은 얘기 속에 동성애가 등장했던 것뿐이지, 그런 얘깃거리를 찾았던 것도 아니었다"라고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이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작품들 중 가장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큼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닌 결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크다.

박찬욱 감독은 "숙희의 이름은 원작의 수 캐릭터에서 따왔다. 히데코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영화의 여배우 다카미네 히데코에서 가져왔다. 그 분이 나루세 미키오라는 감독의 작품에 15편 출연했었다. 그 두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 낸 캐릭터가 그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고, 굉장히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있다. 그것을 본받고 싶어서 히데코라는 이름을 썼다. 일본 분들에게 물어보니 품위 있고 고상한 이름이라고 하더라"며 캐릭터 이름 하나하나를 짓게 된 과정을 전했다.

이는 남자 주인공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코우즈키의 이름 한자에 들어가 있는 '달 월(月)'자는 영화 속에서 달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봤던 박찬욱 감독의 생각에 의해 선택됐다. 백작의 이름인 후지와라는 귀족의 성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품위 있는 이름으로, 백작의 본래 이름인 고판돌은 제주도 사람이 것을 떠올려 아무렇게나 던져주듯이 지어준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대사의 흐름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많은 대사량이 전혀 이질감 없이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데는 대사들의 리듬감도 한 몫을 보탠다.

박찬욱 감독은 "특별한 원칙은 없었다. 히데코는 일본어가 모국어이긴 하지만, '책을 읽는 언어'라고 분류해서, '책을 읽을 때 쓰는 언어니까 말할 때까지 쓰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히데코에게는 어떤 원칙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대로 코우즈키는 조선 사람인데도 일어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백작은 위장 신분으로 일본어를 쓴다. 반대로 진심을 말할 때는 조선말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해 주는 내레이션에 대해서도 "'올드보이' 때 그랬던 것처럼, 내레이션을 통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유머도 있게 하고 싶었다"는 말로 설명을 보탰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옛날 언어들이 주는 시대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더했다. 아름답고 점잖은 한국어를 잘 구사하기로 유명한 염상섭과 채만식의 소설을 다시 찾아보며 새롭게 공부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들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박찬욱 감독은 "'악취미가 있다,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고 하는데, 잔인한 장면을 넣거나 하는 것이 제 의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소재에 정확하게 맞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그게 볼 때마다 비슷해 보인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 의도라기보다는 내 한계가 아니겠는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작품들이 서로 다른 영화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한 사람이 만들다보니 편수가 늘어날수록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것이 있나보다. 전 제 인장을 남기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도 필요한지 많이 고민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나고 고통스럽고, 관객이 불편할 수는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관객의 괴로움을 즐긴다거나 하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자신의 영화를 향한 많은 해석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람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 해석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이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라고 볼 게 아니라 제 입장에서는 풍부한 해석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런 다양하고 풍부한 해석은 재산 같지 않겠는가"라며 환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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