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스페인전 대패는 충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밀리는 것은 당연했지만 스코어가 1-6으로 벌어질 줄은 몰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고 조금은 성장한 줄만 알았던 한국 축구지만 아시아를 벗어나니 세계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자조로까지 이어졌다.
대표팀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지난 1996년 아시안컵서 이란에 2-6으로 패한 뒤 20년 만에 한 경기 6실점의 치욕을 당하면서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흘 만에 열리는 체코전이 중요했던 이유다. 자칫하다간 스페인전과 같은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더구나 한국은 15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서 체코에 0-5로 잊혀지지 않는 패배를 당했고 역대전적에서도 절대 열세(3무1패)를 보였다.
걱정이 앞서선지 한국은 체코를 맞아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짜임새 있게 동료를 활용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체코와 대조적으로 후방에서 최전방을 보고 때려놓고 보는 롱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이 주를 이뤘다. 체코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한국 수비진은 상대의 노골적인 2대1 패스에 이은 침투에 허둥댔다.
하지만 정작 승리한 쪽은 한국이었다. 조금은 단순하게 경기를 편 한국은 역습을 통해 전반 26분과 40분 두 차례 체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석현준이 속공서 얻어낸 프리킥을 윤빛가람이 직접 차넣어 첫 골을 넣었고 결승골 장면도 역습에 이은 석현준의 마무리였다.
남은 시간 한국은 지키기에 돌입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만회골을 내주면서 기조는 더욱 두드러졌다. 상대 수비수 게브레 셀라시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공격은 짜임새를 갖추기보다 무작정 때려놓고 보는 양상이 주를 이뤘다. 공간이 많이 난 상황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은 조용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후반에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소극적인 선수 교체가 많이 나왔지만 우선 이기는 쪽에 중점을 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만큼 스페인전 패배의 충격은 컸고 가능한 나흘 만에 반등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잘 드러난 부분이다.
다행히 체코를 잡아내며 한숨 돌린 대표팀은 빠른 회복력의 수단을 확인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오늘 경기가 안 좋았다면 3개월 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어려워 질 수 있었다. 선수들이 희생하면서 휴가까지 반납해 승리해 기분 좋게 마쳤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9월 중국전을 시작으로 최종예선에 돌입한다. 이번 원정을 통해 한국은 패배 이후 후유증을 수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스페인과 체코전서 보여준 경기력은 아쉽지만 지금은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고난 극복에 대해 경험한 것은 결코 작은 수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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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