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2015~2016 DFB 포칼컵 결승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뮌헨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맨체스터 시티 감독직을 맡을 펩 과르디올라는 뮌헨에 ‘더블’을 선사하며 멋진 모습으로 퇴장했다.
이 경기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는 선수들의 경기 외에도 주목받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관중석에서 일어난 홍염이다. 후반전 시작이 지연될 정도로 홍염이 만들어낸 자욱한 연기는 경기에 방해가 됐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경기장 풍경에는 후반전 중반까지 연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장 내에서 홍염이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일부 팬들이 응원의 도구로 사용하는 홍염은 겉보기에는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다. 검은 연기에 의해 다른 관중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정도는 약과다. 사람이 홍염에 노출되면 직접 닿을 경우 피부가 녹아내릴 수 있고 근처만 가더라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시즌 사례들만 살펴봐도 홍염이 문제된 경우는 적지 않다.
작년 9월 비센테 칼데론에서 펼쳐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벤피카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원정팀 벤피카의 팬들이 홍염을 터트렸다. 단순히 사용만 해도 벌금이 부과되지만 이 경기에서 화두가 된 것은 그 근처에 두 살짜리 어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UEFA는 벤피카에 홈 1경기 무관중 징계와 2년의 집행유예, 2만 유로(약 2,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경기장 주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사건 발생 시 경기장 내부 출입구가 봉쇄돼있었다는 이유로 벌금 1만1000 유로(약 1500만 원)를 내게 했다.
또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팬들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세 차례 홍염을 터트리며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원정 경기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6강 2차전과 도르트문트와 8강 1차전, 중립 구장에서 펼쳐진 세비야와 결승전이 여기에 해당된다. 잉글랜드 일간지 ‘리버풀 에코’는 “UEFA가 (홍염 문제를 포함한) 7가지 이유로 리버풀에 벌금을 부과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홍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지난 2월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 소피아 베사야라는 사람이 올린 하나의 서명운동이다. 소피아는 2010년 4월 28일 캄프 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 홍염에 맞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당시 경비 회사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밝힌 소피아는 인터 밀란 극성 팬들인 ‘울트라스’ 근처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뒤 수술을 받았다. 재활 치료에도 불구하고 목발이나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없게 된 소피아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사고를 당한지 6년 만에 서명운동을 결심했다.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둔 소피아는 자신을 고용한 회사와 경기장 관리 책임이 있는 바르셀로나, 경기를 주관한 UEFA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홍염은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런 비극은 소피아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경기장에 찾아온 관중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사고다.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일 또한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1년도 안 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 9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광주FC와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 종료 후 FC서울 팬들은 3층 북측 관중석 뒤편 통로에서 홍염을 터트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를 통제하지 못한 FC서울에게 책임을 물어 600만원의 벌금을 부여했다.
홍염은 현재 경기장 반입 금지물품으로 지정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상식한 팬들이 단지 자신들의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홍염을 사용한다. 하지만 ‘자기만족’에 불과한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끼칠지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Change.org 홈페이지 캡처
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