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나홍진 감독이 '곡성'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영화 '추격자'와 '황해'. 단 두편의 작품으로도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 그런 나홍진 감독의 7년 만 신작 '곡성'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지난 11일 전야 개봉한 '곡성'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곡성'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칸에서 공개된 '곡성'은 해외 언론의 호평과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충격과 신선함을 선사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나홍진 감독은 칸에 가기 전 해외 관객들의 '곡성'을 향한 반응을 예측하기도 했다.
"아마 우리나라 관객과는 조금 다른 이해를 하지 않을까요? 외국 분들은 굿에 대해 하나의 '쇼'로 인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아시아에서는 굿이나 동양적 종교에 대해 이해가 돼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색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곡성(哭聲)'은 전라남도 곡성(谷城)과 같은 이름이지만 한자는 다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대해 할머니의 고향이었다며 정말 좋은 고장이라 말했다. 한자는 다르지만, 같은 이름에 대해 그는 영화의 줄거리가 나온 뒤 구체화 전 자주 갔던 곡성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늘 곡성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고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영화 속 초월적인 이야기들이 이 공간에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긍정적 의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나홍진 감독은 곡성군수와 직접 만나 협의를 마쳤고 영화 속 이야기가 실화일 수 없기에 담은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나홍진 감독은 "곡성은 정말 아름다운 고장이다. 많은 분들이 안식을 제대로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몇 군데 안 되는 곳이다. 영화 속 내용과는 무관하며 아름다운 고장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전작에서는 주로 가해자에 대해 다뤘다. 하지만 '추격자' 속 서영희가 연기한 미진과 그녀의 딸과 같이 피해자들의 입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곡성' 속 이야기는 시작됐다.
"저는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게 되는 세상이 '곡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전작에서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다음 영화를 준비할 때 제일 중요한 지표이자 좌표가 될 수 있어요. 사실 '황해'가 끝나고 나서 주변 분들이 장르영화를 탈피해보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분명히 장르영화로 무언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대신 사회면에서 어떤 꼭지를 보고 분노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를 하고 다니며 내 색깔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렇게 나홍진 감독은 6년 동안 '곡성'에 몰두했다. '곡성'에서는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배우인 쿠니무라 준이 외지인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쿠니무라 준은 일본의 연기파 배우로 '킬빌'에도 출연한 바 있다. 나홍진 감독은 일본 영화를 보고 쿠니무라 준의 느낌이 좋았다. 이에 쿠니무라 준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흔쾌한 응답으로 함께하게 됐다.
왜 하필 외지인이 일본인인지 궁금해하는 질문에 나홍진 감독은 한 커뮤니티 안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와서 파괴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언제 왔는지,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들어온 외부인을 그리고 싶었기에 한국인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일본인을 선택했다고. 또한 일본의 좋은 배우와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기에 나홍진 감독은 일본 배우, 그리고 쿠니무라 준을 외지인으로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어떤 분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결정하게 됐습니다. 저는 작품이나 무언가를 접했는데 인상적이라면 그 배우를 주시합니다. 그분이 출연한 작품을 쫓아다니며 보죠. 그 배우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며 살아갑니다. 곽도원 씨도 그렇게 타겟팅이 된 배우였죠. 가장 적합한 배우인 것 같아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저예산도 아닌데 반대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마케팅을 하고 실제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홍보나 이런 것에 대한 우려도 했지요. 하지만 곽도원 씨와 소주 한잔 하면서 '형만 달린다면 나는 간다!' 이렇게 얘기하고 함께 사고 치자고 했죠. 서로 포기하지 말자며 그렇게 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두터운 믿음으로 함께 한 곽도원에 이어 황정민은 무속인 일광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황정민의 굿 장면은 실제를 방불케 했다. 나홍진 감독은 황정민이 촬영 당시 겸손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심취하며 날아다녔다고. 원 촬영 분량은 15분이었지만 편집돼 영화에서는 7분 30초 정도로 나온다. 나홍진 감독은 원본을 공개하고 싶을 정도로 자문 무속인도 깜짝 놀랄, 장면이라 말했다. 그는 "장난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곡성'과 가장 잘 녹은 배우는 천우희 씨입니다. 천우희 씨는 대사도 별로 없고 관객들 모르게 스스로 쌓아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잘 소화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우희 씨를 향해 가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고스란히 느낌이 오는 연기를 했지요. 효진이 역의 김환희를 촬영하는 시간은 '곡성'을 하며 가장 기뻤습니다. 최고죠. 그 아이를 천재라 생각하고 봤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기 체화 시켜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어딨을까요. 천재적인 배우를 만나 영광이었을 정도입니다."
나홍진 감독은 앞으로 장르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50~60대를 생각해보면 아주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어떻게 변할진 모르지만 지금도 감성적인 부분이 이성적인 부분보다 발달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때문에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관객들이 '곡성'을 보고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가 재미 없다는 이야기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이야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재미와 더불어 다른 느낌까지 받았음을 알려주시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무조건 그 글을 볼 것입니다. 관객들의 이야기는 다음 작품에 더욱 가깝게 찾아갈 수 있는 좋은 책이고 스승님이죠. 칭찬도 그렇고 지적도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제가 다음에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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