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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천우희 "칸 行 한국영화, 함께 주목받아 기분 좋죠"

기사입력 2016.05.19 07:00 / 기사수정 2016.05.18 23:40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배우 천우희는 '천우희스러움'이 강한 배우다. 그만의 색은 '곡성'에서도 강하게 펼쳐졌다.
 
천우희는 지난 11일 전야 개봉한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서 의문의 목격자인 무명 역을 맡았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헝클어진 머리에 초점 없는 듯한 핏기 없는 무명의 모습은 영화를 본 뒤에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천우희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곡성'을 직접 보고 시나리오의 분위기, 느낌이 잘 녹아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전했다.
 
'곡성'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천우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나홍진 감독, 곽도원, 쿠니무라 준과 함께 레드카펫과 포토콜에 응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칸에 가기 전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칸에서 '곡성'을 좋아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곡성'은 한국 정서 뿐 아니라 분명히 독특했거든요. 아무래도 해외에서도 관심있게 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영화 중에서 선택이 돼 기쁘고 설레기도 해요. 칸에서 많이 자극을 받고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한국 영화가 함께 가고 주목 받게 돼서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저 역시도 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있는걸요. (웃음) 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경쟁 의식이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 영화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니까요."

 
'곡성'은 개봉 이후 충격적인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제기되며 내용과 더불어 미쟝센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천우희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나리오도 영화처럼 강렬했다고. 엄청난 흡입력으로 단번에 '아 대박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천우희는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영화도 있는데 '곡성'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답답해하는 관객 분들이 많을 것이라 느낍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불친절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별로라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라 좋은 것 같습니다."
 
천우희는 '곡성'에서 무명을 연기하며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존재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무명이 가진 모호한 그 힘을 결말까지 어떻게 즐기며 가지고 가야 할 지 고민했다고. 무명의 에너지를 어떤 순간에 절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펼쳐야 하는 완급 조절이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섬세하고 고집 있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앞서 천우희는 언론시사회에서 나홍진 감독에 대해 "징글징글하다"는 농담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우희는 선이 굵은 듯 하지만 섬세한 나홍진 감독의 연출이 너무 좋았기에 작업을 하면서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곡성'을 촬영하며 모든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감히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죠. 정말 존경심이 들 정도로 모두 고생을 하셨어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던 촬영이었다 말할 수 있었습니다. 곽도원 선배님, 황정민 선배님 그리고 쿠니무라 준 선생님까지 존경하는 분들이었기에 같이 호흡한다는 것에 있어서 기뻤어요. 어렵거나 커다란 의미보다는 배우 대 배우로 교감이 특별했습니다. 황정민 선배님은 함께 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두 번 봬서 아쉬웠어요. 곽도원 선배님은 강렬한 포스에 비해 귀엽고 애교도 많으셔요. 선배님에게 힘을 얻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천우희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영화 '써니'에서는 일명 본드걸 역, '청룡의 주인공'이 된 '한공주', 그리고 이번 '곡성'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맡아왔다. 이에 있어서 '천우희는 평범하지 않은 연기를 고집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그는 고집하지 않지만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제의 받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천우희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에 대해 감사하며 어쩌면 한 쪽으로 치우쳐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영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기작인 '마이 엔젤'에서는 '곡성'만큼 강렬하거나 어둡지 않다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아! 하고싶다', '재밌다'와 같은 단순한 느낌으로 정해요. 영화를 볼 때 어떤 의미나 여러 가지에 대해 분석을 하며 볼 수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 아닐까요. 제가 느끼는 만큼 관객 분들도 느낄 것이라 생각해 첫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상에 대한 욕심은 부적인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상은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연기가 좋아서 하는데 만약 상에 대한 욕심을 부른다면 상을 받을 만한 영화들만 하지 않을까요. 작품마다 목표는 약간씩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려는 것입니다. 섬세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솔직하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해요."
 
천우희는 밝은 연기나 재밌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소망도 드러냈다. 그는 기회가 온다면 잘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싶다고. 연기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고집이 가득한 이 배우는 여배우로서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솔직하고 소신 있게 전했다.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쌍방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여배우들은 어떤 역할을 제안 받으면 겁이 나는 부분도 있고 두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도전에서 주저하게 되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주어지는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인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됐지'하고 받아들이면서 해야하나, 언젠가 그렇지 않은 작품이 나타나겠다는 믿음으로 기다려야 하는지가 어려워요. 이런 것들에 있어 여배우도 그렇고 제작사나 연출이나 모든 영화인들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곡성' 포스터를 보고 지인들이 안 예쁘게 나왔다며 어떡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그 느낌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대중들이 여배우에게 원하는 모습은 예쁘고 아름답고 좋은 모습인데 여배우 입장에서는 깨고 싶으면서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항상 주저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배우라면 그런 것들을 겁내지 않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충분히 멋있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true@xportsnews.com / 사진=박지영 기자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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