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방송인 신동엽이 애니메이션 '앵그리 버드 더 무비'(감독 클레이 케이티스, 퍼갈 레일리)로 더빙에 도전해 특유의 입담과 센스, 순발력으로 관객들과의 호흡에 나섰다.
19일 개봉한 '앵그리 버드 더 무비'는 평화로운 버드 아일랜드에 정체불명의 피그가 찾아오면서 위기를 맞이한 레드, 척, 밤이 거대한 음모를 파헤쳐 '새계'를 구하는 어드벤쳐를 그린 작품. 신동엽은 척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척은 분노새 레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끊임없이 깐족대는 수다 본능을 가진 캐릭터.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콘래드서울 호텔에서만난 신동엽은 레드카펫 행사, 매체 인터뷰 등 '앵그리버드 더 무비' 관련 일정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좋지 않은 목 상태로도 성심성의껏 질문에 응하던 신동엽은 "목이 좀 약해요. 야외촬영을 하면 (강)호동이나 (유)재석이처럼 에너지틱한 친구들은 (활기차게) 잘 하는데, 물론 제가 다른 재능도 부족하긴 하지만 목이 약해서 가급적 실내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가 크죠. 주위에서는 '만날 에어컨, 히터 나오는 곳에서만 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목이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고 자신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놓지 않았던 신동엽. 그와 함께 나눈 '앵그리 버드 더 무비', 그리고 방송인으로의 이야기들을 전한다.
-애니메이션 더빙은 '헷지'(2006), '세이빙 산타'(2013)에 이어 세 번째다. 척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이 있었는지.
"이번이 세 번째 더빙이에요. 이전 작품들은 하루 몇 시간동안 녹음하는 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3일에 걸쳐 진행을 했어요. 광고 더빙을 할 때도 그렇고, 녹음실에 있는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신동엽 씨는 감각이 좋으세요'라는 얘길 많이 해주셨죠. 저 역시 콩트 여기를 오래 해왔었다지만, 이번에는 3일에 걸쳐서 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 척 캐릭터가 감탄사도 많고 표정도 다양해서 대사만 쭉 하는 게 아니라 표정까지도 함께 표현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려웠거든요.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밌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방송에서는 비교적 말을 빨리 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지만, 평소에는 말이 굉장히 느리고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웃음) 척하고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다만 말과 행동을 많이 하고, 어려움에 처하면 스스로 빨리 나선다는 점은 흡사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신동엽이 척의 목소리를 연기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 분들이나 MC, 가수들에게 '어떻게 이 작품,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됐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제일 첫 번째는 섭외가 왔기 때문이겠죠.(웃음) 그렇지만 섭외가 왔을 때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요. 만약에 다른 캐릭터였다면 제가 하기 좀 버겁고,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척 캐릭터가 재미있기도 했고, 또 앵그리버드는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휴대폰에서 거의 했던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에 친근감이 들었어요. 또 우리 아이들이 이제 좀 커서 함께 영화를 보는데, ('앵그리버드 더 무비'를 보면) '저 캐릭터, 지금 나오는 목소리가 우리 아빠 목소리야'라고 재밌어할 것 같았고요.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제가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출연 결정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척 목소리를 연기하는 데 고충은 없었는지, 또 꾸준히 목소리 연기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단 굉장히 어려웠고요, 하면서도 제가 늘 느끼지만 이런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경복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방송반이었거든요. 그리고 1년 직속 후배로는 유희열이라는 친구가 있었고요. 그 친구를 직접 신입생으로 뽑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당시에 방송제라는 게 굉장히 유행이었고, 각 고등학교마다 방송제가 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함께 준비를 하면서 드라마 같은 라디오극의 대본을 직접 쓰고, 각자 역할을 나눠서 연기를 했어요. 요즘 방송제라고 하면 굉장히 화려하게 하는데, 그 때는 주로 비디오보다는 오디오 느낌으로 접근을 했었기에 그렇게 목소리 연기를 고등학생 때부터 하게 된 거죠. 선배들에게 목소리 연기를 배우고, 방송반 활동을 통해서 제가 그래도 이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이 분야를 한 번 관심 있게 해봐야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섭외를 받을 때면 자꾸 그 때 추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저도 더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저는 사실 발음이 그렇게 좋지도 않고, 다른 성우 분들이 하는 것을 쭉 지켜보면 내가 여기 끼어서 해도 되나 싶긴 한데, 발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그 안의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염치 불구하고 계속 참여를 했던 것 같아요. 척이라는 이 친구는 캐릭터가 워낙 소리를 많이 지르고 톤이 굉장히 높아서, 일단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고 했던 것들은 맨 마지막 날에 더빙을 했어요. 소리 지르는 더빙 다음 날 목이 많이 쉬어서 다음 날 방송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만큼 척 캐릭터가 더 특별했겠다.
"예전에 더빙을 했을 때는 (많은) 역할 중 일부였기 때문에 대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4~5시간 정도면 더빙이 끝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3일에 걸쳐서 계속하는데, 저도 오래 일하는 것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웃음) 빨리 끝내고 싶고 이 정도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하면서도 이게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내가 왜 이것밖에 못하지, 뭔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번에는 제가 다시녹음하자고 할 정도로 욕심이 나는, 계속 손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이번에도 '아주 잘 한다' 계속 칭찬해주시면서 계속 일을 시키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칭찬의 힘은 대단하구나' 느꼈죠.(웃음) 만약에 '(신동엽 씨) 못해요'라고 하면 저도 마음이 상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는데,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해주셔서 저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웃음)"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가장 자신 있었던 부분은 어디였는지.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척이 나중에 마이티 이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와요. 칭송하면서 부르는, 즉흥적인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제가 개그맨, MC 중에서는 노래 실력이 상위 10% 안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웃음) 재미있게 잘 했었어요. 감독님도 느낌을 잘 살렸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다른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그걸 상대적으로 쉽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많지는 않았지만 애드리브 몇 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더빙을 같이 봐주신 감독님과 계속 상의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봤죠. 척이 워낙 말이 많고 빨리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중간 중간에 넣어서 재미를 주기가 힘들었는데, 몇 부분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이 느껴진다.
"제 DNA가 연기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크죠.(웃음) 어떤 정통 드라마같은 극에 대한 욕심은 사실 없고요. 콩트와 토크를 통해서 웃음을 주는 게 희열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아주 옛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처음 할 때 개그맨이 시트콤을 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이후 캐스팅 과정에서도 '신동엽이 시트콤을 한다고요?' 해서 나머지 배우들 중 몇 명이 같이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그 때는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러웠죠. 고등학생 때부터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대학 때 연극을 전공하고 그렇게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시트콤을 하고, '헤이헤이헤이'(토크쇼), 'SNL'도 하게 된 거고요. 굉장히 힘든 작업이긴 한데, 절대 놓을 수 없는 저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콩트 연기는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콩트를 가장 잘 하고, 또 사랑하는 개그맨인 것 같다. 더빙과 콩트 중 더 어려운 것을 비교할 수 있을까.
"더빙은 제가 많이 해 보지 않아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친구랑 말을 하다 오해가 생겨서 그걸 풀기 위해 얘길 할 때도 전화로 얘기하는 것과 직접 만나서 표정과 눈빛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건 많이 다르잖아요. 콩트로 시청자들을 만날 때는 어쨌든 저의 모든 것들을 다 보여드릴 수가 있는데, 더빙은 제 목소리로만 전달을 해서 상대방이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하기 때문에 더빙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전문적인 성우 분들 입장에서는 막상 목소리 연기가 아닌 표정 연기,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는 연기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힘들어하실 수 있는 것처럼, 저 역시 마찬가지인거죠."
-'앵그리버드 더 무비'에서 유일하게 전문 성우가 아닌 인물이다.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죠. 그런데 실제 녹음을 할 때는 혼자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대부분 혼자 녹음을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다만 이런 인터뷰 자리에서 얘기를 할 때 옆에 후배들이 있고 하면 든든하기도 하고 놀리는 재미가 있는데 그게 없어서 아쉬울 뿐이죠.(웃음) 전문 성우 분들이 하는 것을 들으면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녹음했던 것 같습니다."
-깐족새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평소 방송에서도 밉지 않게 깐족댄다고 해야 하나. 그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게 진짜 중요한 거죠.(웃음) 제가 항상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어마어마한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이 있다고 치면, 지금 뭔가 사람들한테 쇼를 보여주는데 너무 안전하게 밑에서 하면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재미가 없죠. 고압전류가 흐르는 고압선 근처에 닿기만 하면 감전돼 죽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그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뭔가를 하면 똑같은 쇼를 보여주더라도 대중, 관객들에게 훨씬 더 재미를 줄 수 있잖아요. 감전되기 바로 직전까지, 끝까지 감전 당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깐족댈 때 상대방이 진짜 기분 나빠하지 않고, 짓궂은 얘기를 할 때도 많이 불쾌해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저는 친밀도, 그 다음에 기본적인 인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왜냐면 모르는 사람이, 그리고 약간 비호감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기분 나쁠 수 있는데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하면 기분 나쁘지 않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사실 저는 후배들에게 얘기하는 게 '시청자와 빨리 친해져라'고 해요. 그럼 객쩍은 농담을 하더라도 시청자가 제 이런 저런 말을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는 측면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쪽에서 조금 유리한 게, 어쨌든 지금 24~25년을 쭉 계속 해왔기 때문에 뭐라고 딱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일관된 느낌을 받아주셔서 제가 조금 짓궂게 장난을 치거나 해도 귀엽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사석에서도 악의적인 느낌이 없이, 진짜 상대를 약간 사랑하는 마음이 깔린 상태에서 뭔가를 하면 호감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비판을 할 때도 애정을 갖고 비판한 것과 비판을 위한 비판이 다른 것처럼요.(웃음)"
-'동물농장' MC로도 활동 중인데 동물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한 것이 눈에 띈다. 또 주변 후배들 중에 더빙을 추천해주고 싶은 이도 있나.
"일단 동물농장 아저씨로 이렇게 동물 역할을 더빙한 것에 대해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하고요.(웃음) 본의건 본의 아니건 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짓궂고 개구진 게 있는데,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통해 늘 상쇄시키고 계속해서 뭔가 다른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귀여운 캐릭터,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물론 제 의도대로 다 되진 않죠. 얼마 전 라디오에도 출연해서 솔직히 말했는데, 초등학교 5,6학년 되는 친구가 방송국에서 저를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동물농장'아저씨야' 그랬더니 그 아이가 ''마녀사냥'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러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최대한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죠. 또 요즘에는 목소리 연기를 다들 잘 하잖아요. 가수들은 물론이고 개그맨 후배들도 그렇고, 배우들을 말할 것이 없고요. 그래도 이런 더빙을 할 때 좀 더 재미있게 잘 살리고, 발음이나 감각, 전달력이 뛰어난 친구를 꼽으라면 유세윤을 추천하고 싶어요."
-'앵그리버드: 더 무비'를 꼭 봐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목소리 연기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저게 우리 아빠 목소리구나'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도 돌이켜보면 8~9살 때 강렬했던 기억들은 또렷하게 남아있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이 때 얘기를 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는 그 전에도 '쿵푸팬더2'나 '겨울왕국' 같은 것도 다 같이 봤는데, 이번에도 같이 보려고 합니다.(웃음) 또 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굉장히 화려하고 또 재미있잖아요. 돼지들과의 전투신이나 이런 장면들을 굉장히 신기해 할 것 같고요. 내용 자체도 3D로 보면 아이들이 굉장히 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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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