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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그리스도 vs 적그리스도 vs 사탄, 성경의 관점에서

기사입력 2016.05.17 07:04 / 기사수정 2016.05.17 09:36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해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해 두려워하며 어찌해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39절)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16일까지 260만명을 동원했다. 이 얘기는 260만명이 156분 동안 가슴 졸이며 영화를 본 동시에 뭐가 뭔지 헷갈려 하며 극장문을 나섰다는 얘기다. 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데도 결말은 딱히 똑부러지지 않는다. 사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은 것이다. 더욱 혼란스러운 건 등장인물들의 정체다. 흰옷입은 소녀 무명(천우희), 산속에 사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칼춤 추는 무속인 일광(황정민) 등등. 피해자로 보이는 경찰관 종구(곽도원)도 썩 앞뒤가 똑같은 캐릭터는 아니다. 이들 '곡성'의 주요 캐릭터와 사건을 성경의 관점에서 짚어봤다.

(이하 강력한 스포일러 있음)

'곡성'은 우선 영화 시작부터 대놓고 성경구절로 시작한다. 신약 4대 복음 중 하나인 누가복음 24장 37~39절이다. 이 구절은 예수가 죽은 지 3일만에 부활한 뒤 제자들 앞에 나타나 한 말씀이다. 귀신인 줄 알고 혼비백산한 제자들을 질타한 대목인데, 키워드는 '무서워하다' '영으로 생각하다' '의심하다' '두려워하다' '살과 뼈가 있다'이다. 사실 이렇게 살과 뼈가 있는 채로, 즉 예수가 육신으로 부활한 것이야말로 기독교 교리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곡성'에 나온 의사가 옳게 지적했다. "당신네는 부활을 믿는 종교 아니요?" 그리고 이 성경구절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1. 무명 = 그리스도

무명은 극중 정체 불명의 소녀로 '암약'했다. 그런데 첫 등장신이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종구를 향해 계속 돌들을 던지며 이 마을 살인사건의 전모를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말해준다. 이는 나홍진 감독이 분명히 무명을 '죄없는 자'로 묘사했다는 증거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장 7절)

영화 클라이막스, 무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종구에 거듭 말한다. "너를 도와주고 너희 가족을 구하려는 나를 왜 계속 의심하냐"며,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사단은 딸 효진(김환희)의 아비(=종구)의 의심부터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린다. "네가 새벽 닭이 세번 울기 전에 네 집에 들어가면 다 죽을 것이다."

바로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 베드로에게 한 말씀의 변주다. 베드로는 결국 세번 예수를 모른다 부인했고 그러자 세번째 닭울음 소리가 들렸다. 베드로는 자신이 잡혀 죽을까 '두려워했고', 종구는 자신의 가족이 죽을까 '두려워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믿음이 부족했고 의심이 많았다.

'무명=그리스도'의 결정적 증거는 일광과 대적 신이다. 뒤에 언급하지만 일광의 극중 캐릭터는 외지인을 섬기는 사탄이다. 이런 일광을 자신의 존재만으로, 몇마디 말만으로 피를 쏟게 하고 내장의 더러운 물들을 분수처럼 쏟게 만든 채 도망치게 만든 이가 바로 무명이었다. 성경에는 그리스도가 사탄을 내쫓는 장면이 수도 없이 언급됐다. 또한 성경에 따르면 사탄을 쫓을 수 있는 이는 그리스도가 유일하다.

"사탄이 어찌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마가복음 3장 23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누가복음 10장 18절)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사탄아 물러가라"(마태복음 4장 10절) 


#2. 외지인 = 적그리스도

영화 처음 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낚시를 한 자, 산 속에서 고라니를 생으로 먹는 자, 눈이 벌개져 산 사람에게 달려든 자, 바로 '악마' 외지인이다. 그리고 그는 극중에서 일본어로 분명히 커밍아웃했다. 자신이 악마인지 아니면 악마인 척 하는 사람이지를 묻는 사제(김도윤)를 향해서다. "나는 악마다." (이런 맥락에서 종구는 베드로, 사제는 도마 캐릭터일 수 있다)

외지인이 악마로서 자기정체를 영화 초반부터 분명히 했음에도, 사제와 종구, 심지어 관객까지 이를 의심하고 부인케 만든 데서 영화 '곡성'이 빛난다. 마찬가지로 관객으로 하여금 종구가 세번 닭이 울기 전에 무명에서 벗어나 어서 자신의 집으로 뛰쳐가기를 내심 바라게 했다는 데서도 나홍진 감독은 대단했다. 만약 종구가, 그리고 관객이 무명을 끝까지 믿었다면 영화는 실패했을 뻔 했다.

외지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의 종말에서 인류를 구원하러 왔다는 '자칭' 그리스도, 즉 적그리스도(Anti-Christ) 캐릭터로 보인다. 종구 일행이 분명히 죽였는데도 결국에는 살아났고, 말끝마다 성경구절을 인용하는 대목이 그 증좌다. 심지어 사제에게는 영화 초반 언급됐던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인용하며, 큰 못자국이 뻥 뚫린 자신의 손바닥까지 보여준다. 즉 자신은 귀신이 아니고 부활한 육신이라며 그리스도 흉내를 내는 것이다.  

적그리스도의 목적과 이적은 영화 곳곳에 드러났다. 미끼를 던져 산 사람에 귀신을 씌우고, 죽은 사람 살려내 무자비한 살육을 행하게 하며, 사람 마음속에 잠재된 의심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한 일. 무엇보다 사람들을 그리스도(무명)로부터 떼어놓으려 한 일, 그리고 직접 자신이 그리스도를 산 속에서 잡으려 뒤쫓던 일. 이런 일을 하는 자는 적그리스도일 수밖에 없다.    


#3. 일광 = 사탄

일광은 무당이었다. 그가 귀신 쫓는 굿을 해댈 때 이를 성원한 것은 비단 종구네 가족만이 아니었다. 피튀기는 좀비들의 추격과 연이은 살인행각에 지친 관객도 일광이 어서 이 난장을 끝내주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영화 '곡성'은 사탄이 이렇게 세상과 사람들에게 다가옴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일광이 사탄인 영화적 장치는 수도 없다. 우선 그의 속옷이다. 남자의 사타구니를 가리는 일본의 훈도시인데, 이 훈도시를 외지인도 입은 장면이 먼저 나왔었다. 둘이 최소한 같은 종족이라는 얘기다. 일광은 또한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데, 이는 죽은 이들의 영혼을 사진에 가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외지인 집에 수도 없이 쌓였다는 것은 일광이 외지인의 하수인 즉 드론이라는 얘기다.

일광이 사탄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단서는 그가 종구한테 휴대폰으로 한 말이다. 자신이 지금 당신네 집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다. "그 여자(무명)가 옆에 있다고? 그 여자가 보인다고?" 이미 앞서 무명한테 혼비백산해 도망쳤던 일광인 만큼, 그는 무명이 그리스도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먼저 알아본 이는 다름 아닌 귀신 들린 자와 사탄이었다.

"귀신 들린 자 둘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소리질러 가로되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 하더니"(마태복음 8장 28~29절) 

따라서 일광의 굿은 귀신 들린 자를 죽게 하려는 사탄의 기만쇼에 다름 아니었다. '곡성'에서 관객 손에 땀이 고이게 만들었던 명장면(일광과 외지인의 주술행위 교차편집신)을 떠올려 보시라. 일광이 나무에 대못을 박을 때 고통스러워 한 것은 외지인이 아니라 종구의 딸 효진이었고, 외지인이 결국 살려낸 이는 트럭에서 죽은 시체였다. 사탄은 결코 적그리스도를 배반하거나 죽일 수 없는데도, 관객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았다는 점에서 '곡성'은 또한번 신의 한수를 뒀다.     

el34@xportsnews.com /사진 = '곡성' 스틸.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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