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하늘은 어찌 제갈공명을 낳고 이 주유를 낳았단 말인가.’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제갈량은 레스터 시티였다. 승격 2시즌 만에, 그것도 지난 시즌 14위를 기록하고 ‘슈퍼스타’ 영입도 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는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주유도 존재했다. 레스터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은 성적과 임팩트를 보인 팀들이다.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도 레스터의 우승에 묻힌 두 팀을 살펴보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62, 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7위로 시즌을 마치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은 사우샘프턴에 내주게 됐다. 웨스트햄은 지난 시즌 리그 12위를 기록하고도 UEFA 페어플레이 규정에 의해 유로파리그에 출전했었다. 거의 다 잡았던 유로파리그행 티켓을 최종전 패배로 놓친 것은 아쉽지만 예상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시즌의 리그 순위는 2001~2002시즌 7위에 오른 후 15년 만에 최고치다.
웨스트햄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기까지는 작년 여름 올림피크 마르세유에서 영입한 드미트리 파예의 공이 크다. 이번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UEFA 유로2016 명단에 포함된 파예는 리그에서만 9득점 12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도 파예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자랑하는 선수는 6명밖에 없다.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9골로 주전 공격수 앤디 캐롤과 함께 소속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는 것 역시 파예가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식 ‘킥 앤 러시’ 전술로 팀을 지휘하던 ‘빅 샘’ 샘 앨러다이스와 이별하고, 선수로 웨스트햄에서 뛴 경력이 있는 슬라벤 빌리치 감독을 데려온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빌리치는 상대 팀에게 페널티박스 안쪽을 잘 허용하지 않는 수비 전술로 터키 슈페르리가 베식타스 감독 시절 두 시즌 연속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한 전력이 있다. 비록 웨스트햄에서는 수비수들의 잦은 실책, 리그 중하위권 수준의 볼 점유율(49%, 12위)과 패스 성공률(77.5%, 13위)로 적지 않은 실점을 내주긴 했다. 하지만 빌리치는 세트피스 득점력(16골, 2위)을 강화해 이를 상쇄했다.
웨스트햄은 112년간 함께했던 홈 경기장 불린 그라운드, 일명 ‘업튼 파크’를 떠나 2016~2017시즌부터는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금 선수단 중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뛰게 될 선수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상승 기류를 탄 웨스트햄은 이전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왓포드FC-승점45, 13위
순위를 보면 그다지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시즌 승격한 팀이 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잔류를 확정 지었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또한 왓포드가 시즌이 절반 지난 시점에 기록한 순위는 9위. 일반적인 경우에 승격 팀을 강등후보 1순위로 예상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썩 괜찮은 성과다.
‘레스터 돌풍’의 중심에 바디-마레즈-캉테가 있었듯 왓포드에도 이갈로-디니-카푸에가 존재했다. ‘왓포드 트로이카’는 프리미어리그 선수 순위인 ‘EA SPORTS PPI’에서도 팀 내 1, 2, 4위(3위는 에우렐류 고메스)를 기록해 뛰어난 활약을 입증하고 있다. 에티엔 카푸에는 중원을 책임지며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당 평균 태클 2.9회, 가로채기 2.5회를 시도하는 카푸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53회의 파울을 범할 정도로 굳은 일을 도맡고 있다. 수준급의 전진 능력을 갖췄고 패스를 통한 경기 운영에도 능한 선수기에 왓포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리그에서 팀의 거의 모든 득점을 책임지고 있는 오디온 이갈로와 트로이 디니는 각각 15골 3도움, 13골 7도움을 올리고 있다. 이갈로(42경기)와 디니(43경기)는 이번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주전 골키퍼 고메스(40경기)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이 때문인지 후반기 들어 몸이 무거워지며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대회에서 둘이 합쳐 20골 7도움을 기록했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13골 5도움만을 올리면서 기세는 조금 꺾였지만 이정도로도 1차 목표인 잔류에 성공하기는 충분했다.
키케 플로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적절히 조합해 경기를 꾸려나갔다. 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빠른 공수 전환을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키케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적은 득점을 기록하고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대량득점은 없지만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했다는 의미다. 참고로 왓포드가 이번 시즌 3골 이상 넣은 경기는 단 3경기다. 키케는 작년 12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팬들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왓포드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키케가 아쉬울 것이다. 키케의 다음 행선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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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