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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선수들이어, 골 세레모니를 펼쳐라

기사입력 2007.04.10 11:37 / 기사수정 2007.04.10 11:37

강창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창우 기자]

K 리그 출범 이후 단일경기 관중 5만 5천여 명을 훌쩍 넘은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5만여 관중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선수들의 플레이는 국가대표 경기 못지않았다.  밀고 당기는 치열한 승부가 계속 되던 중 전반 17분 서울 수비수의 공을 빼앗은 수원 송종국이 이를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에 있던 수원의 신예 공격수 하태균에게 연결하였고, 하태균은 감각적인 볼 컨트롤에 이은 서울의 골문 왼쪽 구석을 노린 날카로운 슈팅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상암을 가득 메운 관중의 함성소리가 푸른 하늘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결승골을 기록한 하태균이 번쩍 뛰어오르며 기쁨을 표시했고, 어시스트를 기록한 송종국 선수가 달려와 후배 하태균을 와락 끌어안았다.  관중석에서도 이에 화답하듯 더욱 커다란 함성소리가 상암을 메웠다.



팬들을 흥분시키는 세레모니

골 세레모니는 단순히 골을 넣고 난 뒤 선수들끼리 기뻐하는 행동을 떠나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또는 축구 팬들을 위한 서비스적 성격이 강하다.  

수원 삼성의 김대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골을 넣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내가 골을 못 넣는다 해도 정환이나 나드손, 에두, 관우, 지훈이 등 누가 골을 넣으면 어떤 골 세러머니를 보여줄지 같이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골을 넣지 않아도 내 나름대로의 세러머니를 보여드리겠다. (웃음) 플레이로 보여드리는 것 외에 이런 팬 서비스도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세레모니에 담긴 선수들의 뜻을 풀어냈다.

프로축구선수는 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해야

K 리그 및 축구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이라면 팀의 조직 및 전술력과 선수들의 기량과 플레이를 분석해야할까. 물론 선수들이 프로답게 각자의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해내는 지 지켜보고 축구의 재미를 알기 위해 축구를 보다 자세히 안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무언가 이상한 일이다.

축구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물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2-2로 접전을 벌이던 끝에 후반 44분 한 선수가 그림 같은 결승골을 상대의 골문에 꽃아 넣었다.  순식간에 경기장은 함성으로 뒤덮인다.  그런데 정작 골을 넣은 선수가 덤덤히 공을 들고 중앙선으로 되돌아간다.  어라? 무언가 굉장히 이질감이 든다.  결국, 팬들의 함성은 곧 수그러들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빠른 경기진행을 위해서 그런 행동은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프로'이기 때문에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만한 '서비스', 즉 골 세레모니를 보여주는 것 역시 프로의식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K 리그를 열광으로 빠져들게 하는 세레모니들은?

브라질 베베토의 요람 세레모니, 독일 클로제의 덤블링 세레모니, 히딩크의 어퍼컷 세레모니...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는 유명한 세레모니 들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세레모니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전 국민이 알법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수원 삼성)의 반지 키스 세레모니는  2002년 대한민국을 열광케 했다.  올해 7년 만에 K 리그에 복귀한 그는 지난 3월 14일 수원과 대전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부진을 질타하는 언론에 '조용히 해'라는 뜻과 서포터즈의 함성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세레모니를 연속으로 펼쳐 세간의 이목을 끌게 하였다. 

또한, 대전의 간판 공격수 데닐손은 작년부터 유명한 개그프로그램인 '마빡이' 를 패러디하는 골 세레모니를 보이며 관중을 열광시켰고, '데빡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리그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현재 대전에서 재기를 꿈꾸는 고종수 선수는 덤블링 세레모니로 유명하였고, 서울의 박주영 선수는 꾸준한 기도 세레모니로 FIFA 홈페이지에 까지 소개되는 등 많은 팬의 이목을 끌었다.

세레모니에 망가지는 선수들

경기 내내 심각한 얼굴과 판정에 대한 시비, 그리고 상대 수비수와의 얼굴을 붉히는 몸싸움, 신경전 등 선수들의 얼굴은 경기 내 찌푸려 있다.  90분 내 이들을 지켜보는 팬들 또한 가슴 졸이기는 매한가지.  

이런 가슴졸임을 한번에 씻어주는 듯한 시원한 골과 팬 앞에 달려와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지면서'까지 성원에 화답하는 선수들.  흥에 겨운 탓인지 '오버'하는 선수들  덕분에 팬들의 웃음은 배가 된다.





선수들이여, 골 세레모니를 펼쳐라!

지난 대전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 안정환 선수가 모두들 예상했던 반지 키스 세레모니를 보이지 않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답은 간단했다.  '요즘 규제가 강화되어서 반지를 끼고 그라운드에 입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과연 다음 득점에는 어떤 세레모니를 보여줄 것인가?'

이미 K 리그는 흥행요소가 뒷받침된다면 국가대표경기 못지않은 관중동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흥행요소는 각 팀 간의 라이벌 구도, 구단의 홍보, 국가대표 못지않은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못지않은 선수들의 세레모니가 덧붙여 진다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만족감은 더해지고, 뒤이어 다음 경기를 찾는 마음 또한 커지지 않을까 한다. 




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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