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그대로 들여다 본 것처럼 편안하고 소란스러우면서도 황홀한 연기열전이었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안방극장을 찾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고현정을 비롯해 김영옥, 신구,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주현 등 영화 '어벤져스'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관심을 끌었다.
포문을 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연기구멍이라곤 존재할 수 없는 상황. 노희경 작가의 촘촘하면서도 차진 대사와 어우러진 매 장면은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김혜자와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박원숙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언니, 동생으로 분해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
김혜자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조희자 역을 맡았다. 홀로설 수 있는 자신이 자녀들에게 짐과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그의 고군분투와 소녀같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가 나지막히 내뱉은 육두문자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은 시청자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주현은 그런 김혜자와 같은 성당을 다니는 이성재로 잠시 얼굴을 비췄다.
나문희는 딸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집안일을 해주고 받은 시급으로 어머니의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는 야무진 문정아로 분했다. 은퇴 후 세계일주를 함께하자는 남편 김석균(신구 분)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서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감내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전혜린이 좋아했다는 흑맥주 한 잔에 행복해했다. 신구는 그런 나문희의 남편으로 나서 '꼰대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가 박완(고현정)을 향해 내뱉는 배려심이라곤 없는 날카로운 말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기에 드라마에 몰입도를 더했다.
고두심은 억세고 털털한 '센 엄마' 장난희로 분했다. 고현정을 제외하고 촬영현장에서 막내인 탓에 커피 심부름을 해야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고두심은 어디선가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누구보다 절친했던 원영(박원숙)과 멀어지게 된 계기를 토해낼 때 두 사람의 분위기는 역시 남달랐다.
윤여정은 실제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신구를 향해 일침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장난희와 원영(박원숙)이 다투는 것을 보고 이 곳에서 이젠 결판을 내라고 하는 식이다. 학벌 컴플렉스가 있지만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 믿고 있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오쌍분 역의 김영옥 또한 귀가 잘 들리지 않아도 옹골찬 장난희의 어머니로 완벽히 분했다.
이런 막강하고 묵직한 '시니어벤져스' 사이에서도 고현정은 충분히 빛났다. 번역가 박완을 맡은 그는 일상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쟁쟁한 연기자 선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자기만의 연기를 선보였다. 고현정이기에 가능한 역할이었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는 '디어 마이 프렌즈'가 브라운관 속 이야기라기 보다는 가까운 일상 속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고수들이 내놓는 진수성찬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어 즐거웠다.
한편 '디어 마이 프렌즈'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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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