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유산 첫 GSL 대진이 완성되고 1주일이 흘렀다. 전태양과 주성욱이라는, kt 첫 결승 내전으로 GSL 결승이 성사됐다. 두 선수 모두 다전제로 진행되는 8강부터 단 한 세트도 패배하지 않고 7승을 거두며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두 선수는 5월 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이번 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군단의 심장까지만 하더라도 테프전은 공수의 역할이 고정됐다. 주도권을 잡고 플레이하기보다 프로토스가 업그레이드와 스플래시 유닛을 확보하기 전 타이밍에 테란이 피지컬로 흔드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공허의 유산에서는 해방선이라는 유닛으로 서로 한 단계씩 겨룰 수 있는 게임이 됐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것.
전태양의 프로토스전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확실하게 자신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상황 판단이 부족하다. 최근 경기를 보면 유리한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한다든지, 자신이 불리한지 모르고 견제만 하다가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태양의 견제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전태양은 피지컬로 이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 16강 이후 전태양은 9승 0패다. 전태양의 게임 속도를 따라가려다가 전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만큼 전태양의 피지컬은 게이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주성욱이라는 바위를 깨려면 같이 단단해지기보다는 더 날카롭게 변해야 한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야 한다.
주성욱의 테란전은 완벽하다. 전태양이 프로토스전에서 완벽해지고 있다면, 주성욱은 완벽한 상태다. 주성욱은 이번 시즌 서태희에게 한 세트를 내준 것 외에는 전승을 거두고 있다. 그야말로 완벽하다. 게다가 테란전에서 주성욱이 질 거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성욱은 8강부터 자신의 유불리를 확실히 파악하고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현재 단점이 없는 선수다.
지금 주성욱을 상대로 전태양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태양은 김명식과 벌인 16강 이후 프로토스전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전태양은 완벽해지고 있지만, 아직 그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보여준 전태양과 주성욱의 모습이다. 어떻게봐도 주성욱이 유리해보인다. 하지만 게임 외적인, 심리적인 부분에서 접근해보면 둘의 상성은 완전히 갈린다.
주성욱은 같은 팀 선수 간에 경기하는 내전 경기에 매우 약하다. 스스로 내전이 싫다고 할 정도다. 주성욱은 수비 지향적인 플레이를 보인다. 모르는 선수가 보면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주성욱과 연습을 자주한 선수라면 주성욱이 수비적인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성욱의 패턴을 이해하고 빈틈을 만들기에 주성욱이 내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어느 타이밍에 기회가 올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전태양은 내전에 강하다. 스스로 내전이 좋다고 할 정도다. 상대방을 분석해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빈틈을 만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팀 내에서 서로 아는 선수가 연습을 하면 결국 피지컬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전태양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전태양과 주성욱의 경기는 서로의 경기력과 더불어 같은 팀 선수의 경기라는 요소 역시 크게 작용한다.
이번 결승은 주성욱의 플레이보다 전태양의 플레이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전태양에게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전태양은 이번 시즌 시작만 하더라도 압도적이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거듭하며 자신의 단점을 계속 채워왔고, 이제 자신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능력만 남았다. 전태양이 이 부분을 제대로 보완한다면 전태양이 4대 2 정도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단점을 고치지 못한 채 결승에 온다면 주성욱이 4대 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다.
GSL 역사상 최고의 프테전 결승은 2012년 벌어진 정종현과 박현우의 결승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승은 GSL, 아니 스타크래프트2 사상 최고의 프로토스와 테란의 대결이 될 것이다. 전태양은 영리하다. 게임을 잘 알고 있지만 상대를 방심하게 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타크래프트2에 여러 가지 이슈가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전태양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고, 주성욱 역시 전태양을 꺾고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태양과 주성욱이라는 종족 최고의 선수들을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응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