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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제작자 클라크 스펜서 "韓 흥행 성적, 상상조차 못한 일"(일문일답)

기사입력 2016.04.19 08:59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영화 '주토피아'(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제작자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클라크 스펜서가 한국 흥행을 기념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주토피아'가 개봉 후 8주 이상 한국 박스 오피스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클라크 스펜서 : '주토피아'의 한국 흥행 성적이 정말 놀랍다! 8주간 박스 오피스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니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고 영광이다. 감사드린다! 
 
Q. '주토피아'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상했는가?

클라크 스펜서 : 영화를 만들 때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에 상관 없이 전 세계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항상 떨린다. 우리가 만든 스토리와 캐릭터를 드디어 관객들이 평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토피아'를 만들면서 즐거웠던 만큼 관객들이 주토피아의 세계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감사하다.
 
Q. '주토피아'는 어린이용 동물 영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성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인데 맞는가? 어떤 관객층을 타깃으로 삼았는가?

클라크 스펜서 :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아이들이나 가족 영화라고 생각하는 고정적인 시각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애니메이션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한 영화의 장르적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관객들이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들에게 통하는 유머를 넣고 캐릭터에게서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 모든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Q. 주디와 닉 콤비가 큰 인기다. 둘이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까?

클라크 스펜서 : 좋은 질문이다. 우리 제작진도 닉과 주디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닉과 주디가 서로를 놀리는 모습은 정말 좋아 보이고 재미있다. 친구 사이에 그러듯 서로를 놀리면서 재미있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관계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둘의 관계 역학이 완전히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Q. 나무늘보의 인기가 상당하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클라크 스펜서 :
나무늘보 플래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나무늘보가 정부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정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스토리 룸에서 처음 나왔던 순간이 기억난다.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고 그 장면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곧바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늘보 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신 중 하나다.

'주토피아'를 수없이 많이 봤지만 아직도 나무늘보 신이 나올 나올 때마다 웃음을 터뜨린다. 그 장면에 나오는 주디, 닉, 플래시 등의 캐릭터를 볼 때마다 애니메이터들이 각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보게 된다. 캐릭터들의 행동이 정말로 미묘하게 잘 표현된 장면이다.
 
Q. '겨울왕국'의 '렛 잇 고'가 거둔 엄청난 성공 이후로 디즈니의 OST가 다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샤키라의 노래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클라크 스펜서 :
'주토피아'의 기획 초기 단계에 팝 스타 캐릭터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주토피아가 다양하고 글로벌한 목소리를 가진 도시이기를 바랐으므로 가젤 캐릭터에 곧바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샤키라였다. 콜롬비아 출신인 그녀가 영화에 이국적인 느낌을 줄 터였다. 처음에는 가젤을 화려한 팝스타 디바로 설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샤키라를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따뜻하고 친절하고 세계적인 문제에도 깊이 관여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가젤의 캐릭터를 180도 바꿔서 주토피아라는 도시를 진심으로 아까고 걱정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 '트라이 에브리씽(Try Everything)'은 가족들이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고향을 떠나 낯설고 거대한 도시 주토피아로 떠나는 주디의 기차 여행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특히 "새들은 그냥 나는 게 아니라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지"라는 가사가 정말 마음에 든다. 경찰관이 된 주디는 보고 국장에게 사건 조사가 아닌 주차 관리 임무를 받으면서 좌절을 경험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희망과 영감을 주는 노래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샤키라가 맡아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Q. '볼트'의 바이론 하워드, '주먹왕 랄프'의 리치 무어 두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가? 그들과 작업한 영화는 모두 캐릭터에 중점을 두었는데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를 가장 중요시하는가? 

클라크 스펜서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와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들은 오늘날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재능 있는 감독들이다. 그들은 매우 재미있고 영화마다 감정 표현을 훌륭하게 한다. 우리는 항상 캐릭터부터 시작한다. 캐릭터는 모든 스토리의 토대를 이룬다. 또 우리는 각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어떤 과거가 있는가?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가?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가? 무엇에 웃고 우는가? 이런 것들이 영화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구상한다면 그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놓이든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있다.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Q. 디즈니 영화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가치들이 왜 중요한가?

클라크 스펜서 :
모든 스토리에는 사랑과 우정의 측면이 있다. 주인공들은 여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야만 한다. 그 깨달음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과 친구가 되거나('주먹왕 랄프') 똑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거나('라푼젤'), 자신과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실은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주토피아').
 
Q. '주토피아'의 스토리나 환경, 캐릭터들은 무척 새롭고 인상적인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는가?

클라크 스펜서 :
월트 디즈니의 CCO 존 라세터는 처음부터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동물 영화를 만들자는 도전과제를 주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어떻게 하면 멋진 세상과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고 비율이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현실 속 동물들의 크기가 영화 속에서도 똑같이 반영되기를 바랐다. 이를테면 기린의 키는 생쥐 95마리를 쌓아놓은 정도인데 영화에서도 그렇게 표현이 되었다. 동물 간의 크기 차이는 우리에게 정말로 거대한 도전과제를 안겨주었다. 서로 크기가 다른 동물들이 한 도시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또 살아가는가? 기차에 기린과 여우, 생쥐를 위한 서로 다른 크기의 문이 있어야 했다. 건물에도 서로 다른 크기의 층이 있어야 했고. 또한 동물마다 자동차의 크기도 달라야 했다. 이런 도전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말 흥미진진한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현실의 도시 안에 문화가 다른 여러 동네가 자리하는 것처럼 주토피아의 동물들도 서식지에 따라 설계된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상상을 했다. 더운 기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위한 사하라 스퀘어,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툰드라타운, 작은 설치류 동물들을 위한 리틀 로덴샤 등 다양한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생각하면서 정말 즐겁게 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다.
 
Q. 이 영화는 계획 단계에서 반전 있는 스릴러에 가까웠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주제를 담은 좀 더 복합적인 영화로 발전되었는가?

클라크 스펜서 :
'라푼젤'을 끝내고 차기작을 구상하기 시작하던 바이론 하워드 감독은 디즈니가 '밤비', '아기 코끼리 덤보', '정글북', '라이언 킹' 등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동물 영화의 유산을 이어가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처음에 그는 동물 스파이가 나오는 007 영화 스타일의 스파이 스릴러를 떠올렸다. 주토피아라고 불리는 포유류 동물들의 도시에서 시작해 외딴 섬으로 배경을 옮겨가 스파이 관련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였다.

바이론 하워드는 존 라세터 및 디즈니 감독들에게 그 아이디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인간은 존재한 적 없는 세상에서 동물들이 디자인한 동물 도시라는 아이디어에 모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바이론 감독은 스파이 콘셉트를 없애고 주토피아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스토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팀과 함께 동물에 관한 리서치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리서치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 세계에서 동물의 90%가 먹이동물이고 포식동물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포식동물이 전체의 90%가 먹이동물인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두 그룹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런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에서 다룰 강렬한 주제도 찾을 수 있었다. 선입견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었다. 두 캐릭터가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두 캐릭터가 어떤 일을 함께 하게 되고 서로를 알게 되면서 선입견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Q.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클라크 스펜서 :
디즈니의 총책임자 존 라세터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세상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관객들을 데려가 놀라게 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연령대에 상관 없이 전 세계 모든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긴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디즈니에서 일하는 한국 출신 애니메이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클라크 스펜서 :
 디즈니의 장점은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아티스트와 테크니션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운 열정과 전문성으로 캐릭터들과 세계를 만들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 자신들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을 넣는다. 그렇게 재능 많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주토피아'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들도 이 영화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Q.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만약 계획이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살짝 귀띔 부탁한다. 

클라크 스펜서 :
영화를 만들 때는 후속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에 집중해 최고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이 완성되면 후련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해서 만든 캐릭터들과 작별을 해야 하니까. 만약 디즈니에서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또 만들자고 한다면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정말 영광이고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클라크 스펜서 :
'주토피아'에 참여한 디즈니의 아티스트 500명을 대신해서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다. 영화 속 캐릭터나 세계관, 테마, 유머, 감정 표현 등이 관객들을 움직이는 것이다. '주토피아'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 드린다!

true@xportsnews.com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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