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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투수" 조계현의 2001년 10월 28일 [한장의 추억]

기사입력 2016.04.16 09:03 / 기사수정 2016.04.16 09:03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중요한 대회에서 자신을 교체시키려는 감독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누구나 영광의 시절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시기가 지나고 난 후에 깨닫는다. '그때가 나의 영광의 시절이었구나'라고. 그래서 은퇴한 선수들에게 생애 가장 빛났던 날을 묻는 <한장의 추억>을 꺼내보고자 한다. 

'팔색조', '싸움닭'. 투수 조계현(52)은 피하지 않는 승부사였다. 그의 가슴 속에 훈장처럼 남아있는 '역전의 명수' 군상상고 시절부터 해태 타이거즈 영광의 시대까지. 주역으로 활약했던 조계현은 숱한 명예를 껴안았다. 

하지만 그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날. 자기 자신만 알고 있었던 '최후의 날'을 생애 최고의 날로 꼽았다. 두산 베어스가 세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 10월 28일이다.

1997년말 트레이드로 9년간 몸담았던 해태를 떠나 삼성으로 갔던 조계현은 98년 8승 11패 평균자책점 5.21, 99년 무승 3패 평균자책점 11.51의 기록을 남기고 방출됐다. 아쉬웠다. 여기서 선수 생활을 접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았다. 

두산은 그때 그런 조계현에게 손을 뻗었던 팀이다. 그리고 그는 두산에서 2년간 10승을 더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영광 속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했다. 

현재 KIA 타이거즈에서 수석코치로 필드에 머물러있는 조계현은 입가에 미소를 걸고 그때를 추억했다. 조 수석은 "여러모로 고마웠다. 삼성에서 나와 두산에 가서 2000년에 재기상도 받았었다. 2001년에는 큰 활약을 못했는데도 후배들 덕분에 우승도 해봤다. 후배들이 있어서 영광스럽게 은퇴할 수 있었다. 우승을 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명이나 되겠나"라며 한장의 추억을 돌아봤다.

스스로를 '복받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고, 다같이 세리머니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나 좋더라. 당시 팀 후배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가?"

2001년 당시 정규 시즌을 보내면서 조계현은 마음속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삼성에서 방출됐을때는 아쉬웠지만, 두산에 있을때는 뛸때 종아리 근육이 당기더라. '아 내가 은퇴할 때가 됐구나' 싶었다. 나도 뛰는걸 참 좋아하는 투수였는데, 투수는 제대로 뛰지 못하면 밸런스가 무너져서 공을 잘던질 수가 없다"는 당시 그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조계현을 응원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은퇴다. 프로 통산 126승(역대 다승 7위)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투수임에도 현역 생활 막바지에 두차례 팀을 옮겨 은퇴식을 치루지 못했다. 2001시즌이 끝나고 두산을 떠날 때에도 별도의 은퇴식이나 인사는 없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하지만 당사자는 "미련이 없다"고 한다. 조계현 수석은 "미련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나는 그때 이미 나이도 있었고 팔도 안좋았다. 그리고 다른팀에서 한번 선수 생활을 그만둘 뻔 했다가 복귀해서 재기하지 않았나. 오히려 고마웠다. 10승을 더하고 은퇴했으니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며 생애 최고의 날을 회고했다. 

NYR@xportsnews.com/사진=엑스포츠뉴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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