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재미없을 가능성은 제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 PD가 한 말이다. 괜한 호언장담이 아니었다.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로 잘 만든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다.
10일 방송된 ‘결혼계약’에서는 지훈(이서진 분)과 혜수(유이)가 이혼을 하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혜수가 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들은 지훈은 혜수가 왜 자신에게 냉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다. 안타까워한 그는 결국 "이혼 못 한다. 소송 걸어라"라며 이혼 합의서를 찢었다. 지훈은 "너를 내가 살리겠다. 네가 내 인생을 살렸으니까 너도 살아라. 그깟 병이 뭐라고 청승을 떠느냐"며 화냈다.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이가 많지 않았던 이 드라마는 그런 편견을 보란 듯이 깼다. 회마다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0일 방송분에서 22.9%까지 올랐다.
사실 끌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돈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재벌남자와 가난한 싱글맘의 운명적인 사랑이다. 겉은 완벽하지만 흠이 있는 재벌남이나, 억척 면모로 역경을 이겨내는 싱글맘이나 그간 숱한 드라마에서 봐왔던 캐릭터다. 생판 모르는 남과 계약 결혼 후 간이식을 계획하는 설정 역시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흡인력 있는 전개와 세련된 연출로 웰메이드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진부한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풀었고, 이는 화면에 감각적으로 담겼다. 김진민 PD가 자신한 것처럼 뻔한 설정을 뻔하지 않게 풀어갔다. 클리셰로 뒤덮인 신데렐라 이야기라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인공에 집중하면서도 주위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잘 만든 신파 멜로는 17살의 나이 차도 잊게 한다. 주인공 유이와 이서진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때 ‘커플 케미’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나이 차 때문에 몰입이 힘들 거로 생각됐지만, 탄탄한 극 전개 덕에 두 사람 모두 이질감없이 극에 스며들었다.
이서진이 맡은 지훈은 요즘 말로 ‘츤데레’ 캐릭터다. 겉으로는 냉정한 바람둥이지만 알고 보면 순애보를 지닌 여린 남자 지훈을 맞춤옷 입은 듯 소화했다.
유이는 이번 작품으로 연기돌 수식어를 뗄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연기라 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지만 점점 발전하는 연기력이 돋보인다.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북받치는 감정을 담은 눈물 연기가 이를 증명한다.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혼계약'은 통속 멜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진한 여운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