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솔직히 말해 클리셰 범벅인 '결혼계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차를 거듭할 수록 시청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인생의 가치가 돈 뿐인 남자 지훈(이서진 분)과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자 혜수(유이)가 극적인 관계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정통 멜로 드라마다. 지훈은 어머니 미란(이휘향)의 간이식을 위해, 혜수는 딸 은성(신린아)을 위해 계약 결혼을 했다.
지난달 5일 '결혼계약' 첫 방송에서 쓰러진 혜수가 실려가는 중 신발을 흘리고, 이를 지훈이 줍는 장면이 나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서진이 맡은 한지훈은 로맨스 소설과 드라마에 수도 없이 등장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다. 재벌가의 아들이지만 아픈 과거사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다. 여자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여자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치거나 아플 땐 언제나 혜성처럼 등장해 구출해준다. 유이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사별하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사채를 모두 떠안는 등 세상 힘든 일은 다 겪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캔디'로 아등바등 사는데 비극적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판에 박힌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고공행진중이다. 첫 방송에서 17.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결혼계약'은 전작 '내 딸, 금사월'의 후광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방송으로 20.4%를 기록,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온라인 반응도 뜨겁다.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이서진 앓이'를 호소하는 누리꾼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나 '시그널'처럼 새롭지도 않고,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KBS 2TV '태양의 후예'처럼 스펙타클하지도 않은 뻔하고 평범한 '결혼계약'이 주말 안방팬을 휘어잡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뻔함과 평범함에 있다. '결혼계약'은 곱씹어보면 불법장기매매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막장'으로 가지 않고 혜수와 지훈의 행동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뻔하고 평범하지만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연출이다.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대신 곁가지를 쳐내고 시청자가 배우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계약'이 마냥 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클리셰를 스스로 비틀면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결혼계약' 7회에서 지훈은 연락을 받지 않다가 나타난 혜수를 향해 돌진한다. 지훈과 같은 성격의 남자 주인공들은 버럭 화를 냈을 법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훈은 화를 내는 대신 혜수를 와락 껴안았다. 보는 이의 예상을 보란듯이 깨면서 혜수를 향해 점점 커져가는 지훈의 마음이 직설적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17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훌륭하게 멜로를 소화해내고 있는 이서진과 유이 덕분도 있을 것이고, 티격태격 하다 둘 도 없는 절친이 되어버린 이서진과 신린아의 케미스트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결혼계약'의 흥행은 드라마가 새롭기만 하다고 환영받는 것도, 뻔하다고 외면받는 것도 아님을 보여줬다. '결혼계약'은 기본을 지키면서 주재료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했고, 자극적인 주말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은 담백한 '결혼계약'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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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