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작년 말 벌어진 리그 오브 레전드 케스파 컵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팀은 ESC 에버였다. 롤챔스 승강전에 진출했지만 패배하고 다시 챌린저스 팀으로 남은 팀이 롤드컵 우승팀을 격파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다. 아니, 그 전에 쟁쟁한 롤챔스 팀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 무대까지 오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4강전에서 롤드컵 우승 후 금의환향한 SKT를 격파한 이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리고 CJ 엔투스를 꺾고 첫 케스파 컵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만한 사건이었다. 롤드컵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낸 SKT, 그리고 명가 CJ 엔투스를 세미프로팀이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일도 놀랄 일이었다. 그리고 ESC 에버의 감독을 본 사람들은 한 번 더 놀랐다. 스타크래프트2를 봐 왔던 사람들은 전 TSL 코치가 왜 저기 있는지, 그리고 월드 오브 탱크를 봤던 시청자들은 앞면 심판이 어떻게 저 자리에 서 있는지 궁금해했다. 전 스타크래프트2 TSL 코치, 곰exp 소속 심판, 그리고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ESC 에버 감독을 맡고 있는 김가람 감독의 이야기다.
ESC 에버의 행진은 케스파 컵에서 끝나지 않았다. 케스파 컵 우승으로 시드를 받아 출전한 IEM 퀼른에서도 이들은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IEM 10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롤챔스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ESC 에버의 김가람 감독과 만났다. 김가람 감독은 IEM 10 월드 챔피언십에서 부끄러운 성적을 남겼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ESC 에버의 해외 대회는 처음이 아니다. IEM 퀼른에 출전해서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이 ESC 에버다. 당시 4강 시드를 받고 준결승에서 H2K를, 결승에서 QG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람 감독은 케스파 컵 이후 팀 전력 변동도 없었고, ESL에서 활동 중인 오형진 심판의 도움으로 현지 적응도 쉽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할만하다는 자신감은 있었죠. 그리고 롤 케스파 컵 우승 이후 롤챔스 팀들과 연습도 수월해졌고요. 그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자신감도 한층 더 붙었습니다. 대회 타이밍이 정말 좋았죠. 선수들의 자신감과 실력 모두 최고조였고, 그래서 IEM 퀼른에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설명이다.
IEM 10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첫 경기는 승리로 가져갔다. 펜타킬도 내주고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상대의 실수를 이용해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후 내리 패배를 거듭하며 최종전에서 탈락했다. 김가람 감독은 ESC 에버 선수 모두 열심히 했지만, 이번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정이나 현지 적응 모두 이전만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다른 팀들도 모두 마찬가지고, 우승팀인 SKT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전체적으로 자신의 잘못이 크다며 김가람 감독은 자신의 감독으로서 역량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지만 김가람 감독 부임 이후 ESC 에버는 세미프로팀이라고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보였다. ESC 에버는 현재 활동하는 챌린저스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역량이지만, 감독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가람 감독은 코칭스태프로 활동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2 TSL 코치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ESC 에버를 이끌고 있는 것.
"원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지망했지만, 한 달 만에 안될 거 같다고 판단했어요(웃음). 그리고 어쩌다보니 제의를 받아서 TSL 코치를 맡았습니다". 김가람 감독은 당시 TSL 선수였던 신희범과 고석현, 강동현 등 그가 코치로 활동할 당시 선수들과는 지금까지도 계속 연락하고 만날 정도로 당시 선수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재정 문제로 TSL이 해체되자 김가람 감독의 앞길도 묘연해졌다. 다행히 김가람 감독은 곰exp에서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게임단 내에서만 활동하다 심판으로 활동하며 팀 밖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던 계기였죠."
e스포츠에서 심판이 주목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것도 좋지 않은 이슈로 이름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가람 감독은 월드 오브 탱크 리그 심판을 맡으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 오브 탱크는 진영을 동전 던지기로 정하는데, 김가람 감독은 거의 매번 동전 던지기에서 계속 앞면이 나오는 결과를 보였다. 리그가 진행되면서 경기 내용만큼이나 김가람 감독이 경기 날 또 앞면을 던질까 하는 것도 이슈가 됐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앞면 심판'이다.
곰exp에서 심판으로 활동한 이후 김가람 감독은 다른 일을 하던 중 ESC 송성창 대표와 연이 닿아 ESC에서 e스포츠 일을 맡았다. 당시 ESC에서는 승강전에 진출하기 전 에버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고, 승강전 패배로 구심점을 잃은 에버를 후원하게 됐다. 그리고 e스포츠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가람 감독이 감독직을 맡게 된 것. "그동안의 경험도 있었고, 제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첫 도전이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나 저도 여태까지 겪지 못한 좋은 일을 많이 겪었죠."
프로암 대회인 케스파 컵, 그리고 세계 대회인 IEM에서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지만 아직까지 경력이 짧아 감독 노하우가 적어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는 김가람 감독의 이번 시즌 목표는 롤챔스 승격. 아쉽게도 챌린저스 자력 우승은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롤챔스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1위를 차지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를 경험삼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이야기다. IEM 10 월드 챔피언십에서 조기 탈락했지만, 남은 대회 기간 선수들과 분위기를 다시 잘 추슬러서 한국에 돌아온 김가람 감독은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카토비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챌린저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더 높은 무대에서 팬들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ESC 에버를 도와주시는 모든 분에게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