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하얀 설원을 떠오르게 하는 정통 멜로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지난 25일 개봉한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머나먼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은 핀란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들의 캠프를 보내주던 중 만나게 됐고 우연한 계기로 이끌림에 빠져 사랑을 나누게 됐다. 이름도 모르고 헤어진 이들은 서울에서 재회하게 된다.
각자 가정이 있는 이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답답한 생활 속에서 자유를 찾으려 하는 아내와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딸을 두며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진 기홍, 친한 언니의 회사를 대신 운영하고 아들의 아픔을 부정하며 항상 옆에 있는 상민.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에서 '자신'을 찾으며 점점 깊어진 사랑을 앓게 된다.
어떤 측면으로 본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절대 환영 받을 수 없다. 명백히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이성과 만나 사랑을 나눈다니.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의 사랑이 불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이들의 복잡하고 때로는 미묘한 감정선이 거부감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이윤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멜로의 여왕' 전도연은 상민의 복잡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했으며 첫 멜로 도전을 한 공유 역시 표정만으로도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이들의 조화가 있었기에 '남과 여' 속 상민과 기홍의 마음이 보는 이이게도 다가온다.
영화 속 핀란드의 자연 환경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쭉 뻗은 나무들과 함께 하얀 설원, 그리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추위 속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사우나 등 핀란드의 자연 환경이 영화에 대한 이끌림을 배가시킨다. 극중 상민은 핀란드에서만은 몇 시 인지도 모른 채 시간을 물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우리에게 왠지 멀게 느껴지는 하얀 땅 핀란드는 시간과 현실을 잊고 지낼 정도로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의 백미는 음악이기도 하다. 웅장하면서도 거창하지 않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귓가의 남는 영화 음악은 '남과 여'의 여운을 남게 해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음악은 영화를 자꾸만 회상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미세하면서도 오묘하고, 가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고 계속해 생각하게 되는 섬세한 영화다. 지난 25일 개봉.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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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