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강하늘, 그가 이번에는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게 됐다.
강하늘은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윤동주 시인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윤동주 시인이기에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강하늘은 시에 대한 사랑을 가득 안은 소년부터 나라를 잃은 설움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으며 취조를 당하는 청년까지 윤동주의 삶을 연기했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들의 호평과 상영관 확대 요청에 힘입어 개봉 2주차 스크린 확대 상영에 돌입하는 역주행 열풍을 보이고도 있다.
최근 강하늘은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윤동주 시인 역할을 맡게 된 부담감을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아니었죠. '쎄시봉'에서 윤형주 선생님 역할을 맡았을 때는 그 분이 음악활동을 하시는데 욕되지 않게 하자는 것을 생각했어요. '동주'를 준비하며 윤동주 선생님을 나중에 뵈러 갔을 때 그 분 앞에서 한 마디라도 칭찬을 듣자고 생각했죠."
윤동주 시인을 표현하고 연기하며 취조실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다. 취조실 장면에서 형사와 일본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감정을 불어 넣으며 '이 단어에서는 어떤 마음일까'를 가장 고민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어 대사와 함께 '동주'에서 윤동주(강하늘)과 송몽규(박정민)은 북간도 사투리를 주로 사용한다.
"사투리를 익히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또 막상 닥치니 하게 되더라고요. (박)정민 형과 연습하며 많은 작품을 보려 노력했습니다. 유투브에서 연변 쪽의 '개그콘서트' 같은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그 방송에는 그쪽 사투리가 다 나옵니다. 사투리 촬영 전에는 귀에 꼽고 자기도 하고 계속 봤습니다."
사투리를 사용하다가도 연희전문학교 이후부터 윤동주는 서울 표준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강하늘에 따르면 시를 읽어야 하는 부분에서 내레이션이 사투리라면 조금 이질감이 들 수 있고 부산에서 왔던 그 역시 서울에 상경하며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고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실제 흥분하면 사투리가 나오듯 윤동주와 송몽규의 다툼 신에서는 사투리가 불쑥 등장하는 리얼함이 들어가기도 했다. 강하늘의 언급처럼 영화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강하늘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시를 읽어주는 장면은 오그라들진 않았아요. '서시'를 읽을 때 사실 처음엔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상황 상 불편한 마음에서 해야 할 것 같아서 무릎을 꿇고 의자 위에서 시를 읽었습니다. 최대한 정성스럽게 그 상황을 이해하며 마음으로 읽으려 했습니다. 마지막 리딩 때는 울기도 했어요. '서시'를 읽다가 눈물이 나는 것 있죠. 마지막에 '죽는 날까지' 부분에서 '죽'이란 글자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슬픈 감성에서 '서시'를 읽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강하늘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버전 별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왔다. '별 헤는 밤'을 가장 좋아했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자화상'을 좋아하게 됐다고.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 강하늘이 직접 부른 '자화상'이 잔잔히 흘러나오기도 했다. 강하늘은 이 노래가 영화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고민했다.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가 나오는 것이 흐름을 깨진 않을까 걱정했고 이준익 감독은 "안 좋으면 안쓸게"라 쿨하게 말하며 영화 속에 삽입했다. 이준익 감독의 선택처럼 마지막 흘러나온 이 노래는 영화의 감성을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영화에서는 강하늘이 연기한 윤동주 시인과 박정민이 연기한 송몽규가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 그리고 서로의 뮤즈로 등장한다. 강하늘 역시 송몽규를 윤동주 시인의 뮤즈로 생각하며 연기했다. 강하늘의 뮤즈는 함께 연기하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강하늘은 친구들의 습관을 연기에 적용시키기도 하며 가장 큰 뮤즈라 말했다.
강하늘과 이준익 감독은 깊은 인연이 있기도 하다. 강하늘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평양성'에서 연개소문의 아들 남산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평양성' 이후에도 이준익 감독과 인연을 이어가며 이준익 감독의 집에 자주 놀러갔다. 강하늘의 표현에 다르면 '놀이터' 같은 이준익 감독의 집은 악기도 연주할 수 있고 자유롭게 노는 공간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지만 이준익 감독님과는 평생 가고 싶습니다. 감독님께 배울 점도 정말 많고요. 이준익 감독님께서는 요즘 '의도를 (영화에) 넣기 시작하면 폭력이다'고 많이 말씀하세요. 저 역시도 동의합니다."
강하늘은 차기작으로 드라마 '보보경심:려'에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준기, 또한 '동주'와 같은날 개봉한 '좋아해줘'에서는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준익 감독과 함께한 이들이다. 강하늘은 이들의 공통점에 대해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보보경심:려'가 끝난 뒤 무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욕심이라 할 수도 있지만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충족된다면 무대에 서려해요. 연극 '해롤드 앤 모드'의 약발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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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