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연기를 대하는 배우 황정민의 마음가짐은 늘 한결같다. 그런 황정민의 소신은 꾸준하게 이어지는 작품 활동으로 증명되고 있다.
올해 황정민이 관객에게 선보이는 첫 작품은 지난 2월 3일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내보내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을 그린 범죄오락영화. 개봉 후 27일까지 93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능한 검사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하루아침에 죄수로 전락한 변재욱으로 변신한 황정민은 '검사외전'을 선택한 이유로 "오락영화로 주는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쉽고 재밌게 읽혔다"고 전했다.
'검사외전'은 황정민과 강동원의 첫 만남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황정민은 "첫 촬영이 달걀을 먹는 신이었는데, (강)동원이와 투샷을 보고 정말 느낌이 좋았다. '이걸 잘 가지고 가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 황정민과 강동원이 아니라, 변재욱과 한치원으로 두 사람이 정확히 앉아있으니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거다"라고 말했다.
변재욱은 극에서 무게중심을 잡으며 한치원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 강동원과의 호흡뿐만이 아닌, 야심 가득한 검사 우종길 역의 이성민과 함께 하는 장면 등에서 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황정민은 "둘 다 가벼우면 안 되지 않나. 한 사람은 정확히 재미있고, 또 한 사람은 정확히 판을 깔아줘야 했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그런 식으로 설정을 잡아갔다. 치원이가 널뛰듯 뛰어도 어색하지 않도록, 오락영화지만 판을 까는 것에도 밀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중점을 뒀던 부분을 설명했다.
작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의견을 전한 것은 '검사외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이 특히 도드라진 부분은 한편의 연극처럼 신선하게 다가온 법정신이었다.
황정민은 "법정신에 있는 대사들은 한 번에 듣고서는 바로 인지할 수 없는 대사들이다. 관객들이 정확히 인지하게 하려면 발음과 타이밍, 이런 것들을 잘 해줘야 했기에 연극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 대사 톤도 연극적인 게 없지 않아 있다. 그렇게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고 실제 20분 정도를 연극하는 느낌으로 쭉 이어서 찍었다. 대사량이 많았지만 그건 외우면 되는 것이니 큰 문제가 아니었다. 거기서 오는 좋은 밀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이었다.
지난 해 '국제시장'과 '베테랑', '히말라야' 세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꾸준히 관객을 만나온 그는 "지난해에 개봉한 영화들이 운 좋게 정말 다 잘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너무 쉬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저는 30대부터 지금까지 늘 해왔던 방식으로 계속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허투루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금의 휴식을 갖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쉬면서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매번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큰 부담감을 느끼지만, 그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검사외전'의 변재욱도 그랬다. "'변재욱이라는 인물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서 보여줘야 할까' 그런 고민들이 힘들었다"는 황정민은 "어떤 캐릭터를 맡고 나서 연기를 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판이 잘 짜였나?' 나도 궁금해 하면서 보고 느끼는 거다. 그렇게 공부가 된다"고 매 순간 고민했던 흔적을 꺼내보였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황정민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 작품 미친 듯이 해온 게 지금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 같다. 저도 어릴 때 알파치노나 로빈 윌리엄스가 나온다고 하면 무조건 보러 가곤 했었다. 정직하게 노력해 온 결과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더도 덜도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각 작품에서 선보이는 모습들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더라도, 황정민은 분명 그 안에서 인물들이 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정민은 "보는 사람마다의 시선이 다를 수 있기에, '연기 톤이 비슷하다' 이런 의견에 대한 생각들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지점과 노선을 찾게 될 거라 본다. 차기작이 '군함도'인데,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보면서 공부하고 성장하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을 이었다.
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진지한 마음가짐과 치열함은 변함없다. 황정민은 "배우라는 책임감은 정말 엄청나지 않나. 그러니 치열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배우가 연기를 잘못했을 경우 관객들은 그 인물을 거짓말로 보게 된다. 한 치의 거짓도 없으려면 그 인물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건 고민한 만큼 티가 난다. '못 한다'는 말을 들어야 '내가 뭐가 부족한 거지' 고민을 할 텐데, 저 역시 어느 순간부터는 주위에서 '잘 한다' 이런 말만 듣지 못한단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계속 나를 다시 보고 스스로 계속 감시해야 된다. 그래야 맡은 인물에게 겸손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연기를 하는 매 순간이 황정민에게는 진심 그 자체다. 촬영을 마친 '곡성'과 '아수라', 6월 크랭크인하는 '군함도'까지 올해 역시 반갑게도 황정민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서, 그리고 조금씩 색다르게 다가올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유독 기대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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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