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냉정한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이대호(34,시애틀)의 성공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이대호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계약 소식이 전해졌을때 분명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둘 사이에 맺은 계약이 1년 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이기 때문이다. '스플릿'이라고 불리는 마이너 계약은 그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계약이다.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고, 시즌 개막 무렵 팀을 떠나는 매우 단기 계약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시애틀 야수조는 오는 25일부터 팀 전체 훈련과 시범경기 준비에 들어간다. 장소는 이대호에게 무척 익숙한 애리조나 피오리아 구장. 이번 겨울에 몸을 만들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캠프 장소이기도 하다.
일단 첫번째 난관은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는 시기. 4일 계약을 마친 이대호는 5일 새벽 일시 귀국했다. 미국에서 지낼 체류 준비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다시 건너가야하지만, 취업 비자를 기다려야 한다. 몇 주 먼저 계약한 오승환도 아직 비자 발급이 끝나지 않아 미국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비자 문제가 일사천리로 마무리 돼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넘어야 할 난관이 '진짜배기'다. 이대호가 KBO리그와 NPB에서 이룬 성적을 폄하하는 이는 없다. KBO에서 간판 타자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고 일본으로 건너갔고, 일본에서도 소속팀 소프트뱅크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견인하고 MVP까지 수상하며 아시아 정상급 타자로서의 입지를 재확인 했다.
메이저리그도 이같은 사실을 결코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가 1년 단기 마이너 계약을 맺은 배경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냉정한 평가가 깔려있다.
이대호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경쟁 상대로 애덤 린드, 헤수스 몬테로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그간 이대호를 지명타자감으로만 보고 있었다. 1루수로서의 수비 능력이나 수비 범위에 대해 물음표가 찍혀있는 상황이다.
커다란 몸집도 메이저리그가 이대호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체구에 비해 무척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뚱뚱하다'는 판단까지 깨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로필상 이대호의 신체 사이즈는 키 194cm에 체중 130kg. 메이저리그의 장타형 타자들과 비교했을때도 굉장히 큰 편이다.
프린스 필더 : 181cm 125kg
마이크 트라웃 : 187cm 107kg
넬슨 크루즈 : 188cm 105kg
브라이스 하퍼 : 190cm 98kg
알버트 푸홀스 : 190cm 105kg
데이빗 오티즈 : 190cm 105kg
프로필상으로는 텍사스의 지명타자 프린스 필더가 근접하지만, 필더는 지난해에도 23개의 홈런을 기록한 파워형 타자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뛰었던 지난 4시즌 동안 각각 24-24-19-31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KBO리그에서는 2010시즌에 44개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나머지 시즌에서는 20개 후반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대호는 발이 빠른 타자가 아니다. 오히려 느린 편이다. 키도 크고 체구도 크기 때문에 사실 스피드가 빠르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고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대호를 영입하면 지명타자를 맡기는게 가장 좋은데, 보통 지명타자는 홈런을 많이 쳐줄 수 있는 슬러거가 맡아야 한다. 이대호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라고 보기도 어렵고, 스피드도 떨어지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출루율을 향상시킬 가능성도 낮다. 또 이 모든 것을 상쇄하며 발전을 기대할만큼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라 선뜻 영입 제의를 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본에 처음 건너갔을 때도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실력으로 지워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상이 아닌 도전하는 입장으로 내려와 오히려 편하다"는 그는 갸름해진 얼굴선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줬다. 편견과 싸우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우리의 예상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반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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