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이한 감독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서는 인간을 향한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물씬 묻어난다.
지난 1월 21일 개봉한 '오빠생각'도 그렇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기적을 그린 작품. 임시완과 고아성, 이희준, 아역 정준원과 이레 등이 함께 호연을 펼쳤다.
이 감독은 "'오빠생각'이라는 제목이 어떻게 보면 촌스럽지만,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촌스러움보다는 정감이 가더라"며 시나리오 초고를 처음 받았던 순간부터 마음이 움직였던 당시를 떠올렸다.
참혹하고 아픈 전쟁의 상황 속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이끌며 희망을 찾아가려는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와 박주미(고아성), 여기에 함께 하는 동구(정준원)와 순이(이레) 등 어린이들이 만들어가는 어울림이 돋보인다. 한상렬 소위와 대립하며 긴장감을 선사하는 갈고리(이희준)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등장하는 '오빠생각'부터 '고향의 봄', '대니보이', '애니로리', '즐거운 나의 집', '친구와 함께', '나물 캐는 처녀'까지 실제 1950년대에 많이 불린 곡들이 어린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표현돼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쟁 당시 정말 많은 전쟁고아들이 있었고, 그때 많은 고아원들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걸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한상렬 소위 같은 사람들이었을까? 그리고 고아원을 만들 때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실제 세계 2차 대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나. 그 때도 심리치료 목적으로 합창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노래가 낙이었던 것이다"라며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던 사연을 밝혔다.
한상렬이 아이들을 통해 마음속의 트라우마를 위로받듯이, 이 감독 역시 '사람'으로 힘든 시간을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저도 정말 힘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사람밖에 위로되는 게 없었다. 그 때 제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 덕분에 좋아질 수 있었다"며 이들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소중한 배우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이 감독에게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이 감독은 아이들을 지휘하면서 진심어린 눈빛으로 따뜻함을 풍겨내던 임시완의 이야기를 꺼내며 "편집을 하면서도 '시완군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웃음) 아이들을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지, 그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성이 나오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작업을 하다 보면 피곤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뿐만이 아닌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의 눈빛, 표정들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오빠생각'을 비롯해 전작인 '우아한 거짓말'(2013)과 '완득이'(2011)까지, 잔잔한 정서가 주로 담긴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이 감독은 실제의 삶에서도 사람들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전철과 버스를 주로 타는데, 전철을 정말 좋아한다"고 눈을 빛낸 이 감독은 "일단 안 막히는 게 좋고, 항상 사람들이 있다. 정말 스트레스 받을 때 지하철을 타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위로가 된다. 때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도 좋더라"며 다시 한 번 웃는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탄탄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들. 이 감독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는 분위기 환기를 위해 극 중간에 들어가는 유머러스한 장면에서는 "수위조절이 참 어렵다"는 고민을 내놓았다.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 때도 '왜 진지한 얘기를 하려고 하면서 웃기려고 그래?' 그런 의견들이 있었다. 상업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더 큰 것은 갈등과 대립에 대한 방향 설정이다. "사실 저는 싸우는 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한 이 감독은 "그런 장면들이 사실 보는 재미도 있고, 긴장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오빠생각'에서도 한상렬 소위와 갈고리가 맞붙는 장면을 실제 제일 많이 찍었고, 또 (영화에 나온 것보다) 더 센 장면이 많다. 그런데 '이게 한상렬에 맞는 건가' 그런 고민이 계속 들면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다. 그냥 그게 제 성향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덧붙였다.
'갈등이 너무 적다' 혹은 '사람을 너무 착하게만 본다'는 이야기에는 "사실 그런 부분이 드라마에는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더 할 수 있는데 네가 불편하니까 피하는 거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해봤다. TV나 영화 속에서 직접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선 그런 나쁜 사람이 없었고, 또 그런 걸 많이 못 겪어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대중 영화 감독으로서 숙제가 많은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미워하는 사람을 조금 이해하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지 모른다'라고 다시 한 번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보인 이 감독은 '오빠생각'이 "새로운 도전이자 경험이었다"며 작품을 하며 느꼈던 고민들을 떨쳐낼 수 있는,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되새겼다.
"옛날에는 잘 몰랐는데 영화를 찍는 게 점점 더 행복감이 느껴진다"는 그는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감독의 뜨거운 열정과 온기가 오래도록 관객의 곁에 고스란히 머무를 수 있길 바라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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