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이희준이 지난 달 21일 개봉한 '오빠생각'(감독 이한)을 통해 2016년의 시작을 열었다.
'오빠생각'은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해 전쟁터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기적을 그린 영화로, 이희준은 한때 군인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한쪽 손을 잃고 빈민군 대장으로 살아가는 갈고리 역을 연기했다.
갈고리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인물로,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와 대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1월 21일 '오빠생각'에 이어 국정원 직원으로 열연을 펼친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까지 27일 이어 개봉하면서, 이희준은 1월 서로 다른 두 캐릭터로 관객들을 마주하게 됐다.
'오빠생각'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희준은 처음 '오빠생각' 출연을 고사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두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특히 '오빠생각'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갈고리 역할은 누가 봐도 외형적으로 혐오스러운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외모적으로 변신을 하기에는 두 개를 병행하는 게 무리가 있다고 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한 감독과의 만남 후 이희준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한 감독은 이희준에게 '외형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갈고리를 평면적인 악역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음직한 인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이희준 씨라면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독려했고, 그렇게 이희준은 일정 조율을 거쳐 갈고리 캐릭터의 옷을 입었다.
'갈고리는 절대로 손해 보지 않고, 절대 무시 받고 싶지 않은 눈을 가졌을 것 같다'는 생각 아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가죽재킷을 입고 나오는 설정도 의상감독을 설득한 이희준의 적극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세트를 철거하기 전에는 감독의 제안으로 '이희준이 표현하고 싶었던 갈고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이희준은 "정말 신나는 순간이었다. 악행을 하는 갈고리가 과연 아침에 어떻게 일어날 지 정말 궁금했다. 일어나자마자 안경을 쓰듯이 갈고리를 눈도 안 뜨고 정확하게 손에 끼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난 앞으로 돈도 더 잘 벌고 잘 될 거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즉흥적으로 찍었는데, 모든 게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희준은 '오빠생각'을 촬영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한 감독을 비롯해 임시완, 고아성 등 함께 한 이들과 함께 한 순간을 "정말 좋은 현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아이들을 배려하는 감독과 상대를 배려하는 배우들,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기에도 인생이 짧은 것 같다. 정말 이런 사람들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한 이희준은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느낌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오빠생각'을 통해 연기의 재미와 맛을 조금 더 알게 된 그다. 이희준은 "이전에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 그렇게 작품을 하나씩 끝내고 나면 1mm일지라도, 조금씩 더 깊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오빠생각'을 통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아들을 괴롭히는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정리하고, 또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착한 역할이든 나쁜 역할이든, 또 더 좋든 덜 좋든 '계속해서 의식 있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희준의 바람이다.
그는 "이희준이라는 인간을 성숙시켜 줄 수 있는 선택들을 해서, 즐겁게 작업하며 나이가 들었을 때도 좋은 인간으로 늙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를 최근 들어 더욱 자주 생각하게 된다는 이희준은 "기본적으로 활자로 표기돼 있는 인물을 두고 '왜 이 말을 했지'부터 시작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나. 그렇게 배우는 '남을 이해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의 저는 굉장히 심심한 사람이고, 할 줄 아는 게 사실 연기밖에 없는데 이렇게 연기를 하면서 살 수 있으니 정말 재미있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앞으로의 행보 역시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길 생각이다. 이희준은 "나이가 서른여덟 살이 되니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순간의 흐름에 맡겨야 되겠다 싶더라. 그것을 선택해서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면서 매 순간 열정을 더해갈 앞으로의 하루하루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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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