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12.28 11:16 / 기사수정 2015.12.28 11:16
오케스트라 피트를 조명하는 '오케피'는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코미디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첫 뮤지컬이다. 배우 황정민이 ‘어쌔신’(2012)에 이어 연출과 연기를 맡아 5년여의 준비 끝에 한국에서 초연하게 됐다. 황홀한 조명으로 눈부신 무대 위 배우들이 아닌 공연을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대 위는 달콤하지만 오케피는 현실이다. 작은 오케피 안에 모든 인간 군상이 있다. 지휘자, 오보에, 바이올린, 트럼펫, 하프, 바순, 드럼, 첼로, 색소폰, 피아노, 비올라 등 연주자 13명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진다.
조용할 틈이 없다. 각양각색의 개인사가 이어지고, 애정 관계는 얽히고설켜 있다. 불화를 겪다가 힘을 합쳐 화합을 도모하기도 한다. 뮤지션의 열정 같은 건 없다. 매일매일 똑같은 사이클이 반복되고 악기연주엔 관심이 없는 이도 있다. 뮤지컬을 조롱하고 망해버리라고 악담하기까지, ‘그것이 오케피’라고 외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시종 재기발랄하게 그려진다. 신선한 소재와 함께 미타니 코키 특유의 위트가 돋보인다. 넘버 ‘오케피’,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야’ 유쾌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있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휴머니즘으로 풀어낸 덕에 부담 없이 볼만 하다. 물론 갈등에 따른 긴장감이나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은 아니다. 주인공 13명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이어지는데 기승전결과 결말이 뚜렷하지 않아 2막에선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프의 삼각, 사각관계는 뭘 말하는 것인지 와닿진 않는다. 대체적으로 1막에서 에너지 넘치게 달려오다 2막에선 늘어진다. 여운이 오래 남기보단 170분간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베테랑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황정민, 오만석 외에도 송영창 서범석, 김원해, 정상훈, 박혜나, 윤공주, 김재범 등 뮤지컬계에서 인정받는 이들이 총출동했다. 황정민은 극을 이끌어가는 컨덕터로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스크린의 천만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지켜보는 것이 색다르다. 트럼펫을 연기하는 최재웅은 진지한 얼굴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소화한다.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70분. 만 7세 이상. 문의: 02-6925-5600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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