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박훈정 감독이 영화 '대호'로 또 하나의 도전을 완성했다.
"시원섭섭하네요." 박훈정 감독은 '대호'를 세상에 내놓은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4년 12월에 크랭크인 해 지난 해 5월 크랭크업, 여기에 준비한 시간을 더하면 온전히 '대호'에 집중했던 날들은 2년여에 가깝다.
'대호'는 그의 연출작으로는 '혈투'(2010)와 '신세계'(2013)에 이은 세 번째이고, 각본으로는 '악마를 보았다'(2010), '부당거래'(2010), '혈투'와 '신세계'를 포함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박 감독은 '대호'의 시나리오를 썼던 과정을 언급하며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배고픈 작가 시절이어서 팔려고 만든 시나리오였는데, 다행히 두 달 만에 팔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대호'의 시나리오는 다시 박 감독에게 돌아왔다.
'대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시나리오가 저한테 다시 돌아왔을 때 제가 다시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웃으며 "정말 막막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해도 되나?' 많은 생각이 들더라.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일생에서 이렇게 '호랑이'라는 존재를 가까이 느낄 일이 없었을 터. "제가 호랑이띠지만, 호랑이가 나오는 영화를 할 줄은 몰랐죠"라고 너털웃음을 지은 박 감독은 "'대호'는 처음부터 제목 그대로 '대호'였다. 호랑이 중에서도 정말 큰 호랑이인 것인데, 여기에는 정말 덩치가 커서 '대호'인 것도 있고, 어떤 존재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목으로도 딱 그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호'는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 등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비롯해 100% 컴퓨터그래픽(CG)로 구현된 '대호'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있다. 6개월의 촬영 외에도 박 감독은 개봉 전까지 CG 작업을 포함한 후반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영화 두 편을 찍은 것 같은 기분이예요"라며 웃은 박 감독은"크랭크업 후에도 호랑이, 늑대들처럼 또 다른 배우들과 또 촬영을 한 것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떨며 마음 한켠에 늘 자리했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이렇듯 캐릭터와 스토리, 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던 시간들이었다. 박 감독은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중요했다. 보는 사람들은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보니까 그 부분에도 더 신경을 썼다"면서 "후반 작업 기간이 4개월 정도로 정말 짧았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저나 CG팀에게 있다"고 곱씹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배우들이 현장에서 편하게 뭔가를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고, 배우들이 잘해줘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은 '대호'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작품'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만큼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고, 시행착오 역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6개월의 촬영 동안 실존하지 않는 호랑이를 그리는 것은 모션액터 곽진석의 도움을 받았다. "호랑이가 무척 빠르고, 힘이 세고 사나운 동물이지 않나. 그걸 표현하려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보통과는 다른 동선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박 감독은 "(곽)진석이한테 빨리빨리 뛰라고 했었다"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유달리 웅장하게 들리는 대호의 우렁찬 목소리도 실제 미국에 의뢰를 해 사운드팀이 다듬는 과정을 거쳐 더욱 생생하게 구현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CG 작업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는 이것보다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관건은 돈과 시간인 것 같다"면서 할리우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 영화가 '라이프 오브 파이' 제작비의 11분의 1이다. '대호'가 할리우드에 가면 저예산 독립영화가 되는 거다. 저희 CG팀이 기술력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현실적인 돈 문제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세계'의 성공 이후 박 감독의 앞에는 항상 '신세계'를 만든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는 것은 물론, 그가 만들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인 그는 "영화를 시작한 지 15년이 된 것 같은데, '혈투'부터 시작하면 최근까지 5년 동안 세 편을 내놓은 것이다. 더 많이 만들고 싶다"라고 말을 이었다.
2015년의 시작과 끝을 모두 '대호'와 함께 보낸 박 감독은 "'대호'가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되느냐도 대중의 선택 여부에 달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세계'의 속편 제작 여부에 대해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로 "'신세계'의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말한 박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묵직함과 존재감으로 돌아올 그의 다음 작품에 여전히 기대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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