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쿡방의 중심에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상당하다. 이런 호황기에도 주변을 둘러보며 초심을 다지고 가열차게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은 게스트로 맞이한 연예인들의 냉장고에서 직접 재료를 공수, 처리하기 어려운 식자재를 처리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동시에 요리 레시피 및 재료보관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고, 냉장고에 배치된 음식들을 통해 사생활을 떠보면서 최대폭으로 활용했다. 셰프들이 전하는 '꿀팁'과 장갑을 끼고 냉장고를 샅샅이 뒤지는 김성주와 정형돈의 능글맞은 진행으로 볼거리를 양산했다.
무엇보다 셰프 군단의 손을 거쳐 재탄생하는 요리는 가장 큰 눈요깃거리다. 프로그램이 지향한 대로 일류요리 일색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현실과 일맥상통하는, 가용한 자원을 극대화하며 빚어낸 소박하고도 창조적인 요리는 화려할 것만 같았던 셰프들과 시청자들의 간극을 없애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적정 이상의 기준치를 넘어선 듯한 재료의 등장에 우려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샤프란과 화이트 트러플 페이스트가 나왔고, 출연진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자원은 볼거리의 향연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몰랐던 신세계로 인도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짧은 15분간 연예인들에게 심사위원이라는 특권을 부여한다. 때문에 셰프들은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 도전자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렇기에 초호화 재료의 활용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물론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모두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재료들이 셰프의 손을 거쳐 일류 음식으로 거듭나는 '신분 상승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재료가 화려하다. 의도와 맞지 않을 뿐더러, 내로라하는 고수들의 대결에서 완성된 재료는 아무래도 검증의 잣대가 약해, 피어오르는 긴장감의 강도 또한 덜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역대 최악의 냉장고를 보유한 이로 인피니트의 성규가 꼽힌다. 셰프들은 입을 크게 벌리면서 놀라워했고, 제작진은 마스크를 준비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성규가 멤버들에게 관리 소홀의 책임을 전가하며 웃음을 선사할 정도였다.
예측불가한 상황에도 셰프는 셰프다웠다. 진흙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긴박한 15분 승부 끝에 펼쳐진 땀이 스며든 결과물에 안팎으로 환호가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비록 양질의 요리가 아니더라도, 신분 상승을 제대로 이뤄냈고,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 셰프의 위력을 새삼 일깨워줬다.
전문 셰프가 아닌 만화가 김풍이 강한 지지대를 형성한 것도 '냉장고를 부탁해'의 기조를 온 몸으로 이행하며 과정은 수상하지만, 결과로 입증하는 '야매 요리사'의 반전과 성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JTBC는 올해 처음으로 시청자들의 투표로 올 한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을 뽑는 'JTBC 어워드 2015'를 열었다. 현재 '냉장고를 부탁해'는 '올해의 프로그램', '눈에 띄는 씬스틸러', '따뜻한 밥 사주고 싶은 제작진', '최고의 MC' 등에서 1위를 내달리며 다관왕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가히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해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상승세를 지탱한 셰프 군단은 'JTBC를 빛낸 인물'에서 54.5%의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에 이어 24.5%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올라 있어, 올해 남긴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셰프 군단이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식재료가 아닌, 셰프들의 이마에 맺히는 땀이 우선시 됐을 때 더 큰 환호성을 유도한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셰프를 곤란하게 하는 회초리는 결코 나쁘지 않은 셈이다. 초라한 냉장고에서 발휘되는 셰프의 순발력은 더욱 아름다운 법이다. 궁지에 몰릴 셰프가 진땀을 흘릴 때, 시청자는 더욱 크게 웃는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지는 프로그램을 더욱 찬란하게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가장 자신있는 콘텐츠로 충분할 매력을 전할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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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