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2015년 한국 프로스포츠는 ‘불법 도박’으로 몸살을 앓았다.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소속의 투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한꺼번에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았다. 결국 이들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등록되지 못했고, 삼성은 통합 5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프로농구에서는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대학 시절 불법베팅을 했던 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김선형(SK), 오세근(KGC) 등이 중앙대 재학 시절 불법베팅 사이트에 베팅을 했던 게 밝혀져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최근에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뛰었던 ‘돌부처’ 오승환이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연일 터지는 도박 연루 사건에 스포츠팬들의 충격파가 컸다.
일부 야구선수들이 고액의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일부 농구선수들이 과거 불법 베팅사이트에서 베팅했던 것은 얼핏 보면 성격이 달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올해 터진 일련의 도박 관련 사건들을 보면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스포츠와 관련된 불법 베팅이든, 혹은 고액의 도박이든 모두 불법 행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불법 베팅을 접하게 되는 것이 학생이던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도박’이라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 심리적 저항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토토 공정지원팀의 조린 과장은 "현장에서 교육을 나서다 보면 프로 선수들의 경우 사이트 자체를 낯설어 한다. 그러나 대학 선수들을 상대로 가면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법인 사실을 알리면 10% 정도의 학생들이 강의 뒤 찾아와 처벌 규정 등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며 "아마 용기를 못 내 물어보지 못한 학생들까지 합치면 더 많은 수의 학생들이 불법 사설도박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불법 도박을 접하게 되는 경로는 어떻게 될까. 조린 과장은 "우선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터치 한 번이면 쉽게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가입까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중계창과 SNS 역시 각종 불법 사설도박 광고이 노출되면서 누구나 쉽게 불법 사설도박의 늪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한 두 명이 불법 사설도박을 시작하게 되면 일종의 정보망이 형성돼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이런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설도박이 나중에는 승부조작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린 과장은 "아무래도 도박의 특성상 따는 사람보다는 잃는 사람이 더 많다. 불법 사설도박의 경우 공 한 개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 승부 조작에 가담할 수 있게 된다. 돈을 잃은 선수들은 돈을 찾을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직접 조작에 가담하는 일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스포츠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걱정했다.
한 야구 관계자 역시 "아마 야구의 경우 가장 불법 도박의 표적이 되기 가장 좋다.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기 때문에 쉽게 승부 조작까지 나설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불법 사설도박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이트가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순히 단속만이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조린 과장은 "국내나 일본, 중국, 동남아를 기반으로 둔 것은 그나마 잡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서버를 두고 운영해 잡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하면서도 이용자 스스로가 불법임을 깨닫고 수요를 없애야 불법 도박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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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불법베팅 : 대학 선수 A의 고백 “역배당 소리에 혹한다”
③원정도박 : 왜 선수들은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까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