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공중에 흩어지는 땀방울, 만명이 넘는 팬들을 숨죽이게 한 UFC 서울 대회에 팬들은 엄지를 들어 올렸다. 다음 대회는 언제냐고 되물었다.
2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79'는 메인이벤트서 벤 헨더슨이 조지 마스비달(미국)을 상대로 2-1 판정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이날 열린 경기에선 포문을 연 함서희를 시작으로 방태현(라이트급), 양동이(미들급), 최두호(페더급), 김동현(웰터급)이 한국 첫 대회 승자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관심을 끈 추성훈(웰터급)은 아깝게 판정패했다. 그러나 막판 투혼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많은 환호성을 받았다.
마무리도 좋았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벤 헨더슨(미국)이 접전 끝에 조지 마스비달을 꺾고 대미를 장식했다. 격투기에 국적은 절대적인 응원기준이 아니지만, 첫 한국대회인 만큼 팬들은 자연스레 '대한민국'을 외쳤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UFC 마니아인 외국인도, 처음 UFC 대회장을 찾은 '고3' 학생도 1만 석이 넘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타격음에 매료됐다.
고3 단짝 "UFC 보러 합천서 왔어요"
"저희는 팔만대장경판이 숨 쉬는 합천에서 왔습니다"라고 소개한 강무정(18), 한도균(18) 학생은 영하의 날씨에도 UFC를 보러 아침 9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대기했다.
평소 UFC 열광적인 팬이었던 강무정 학생은 "비록 전체에서 2번째로 좋지 않은 자리에 앉았지만 경기는 최고였다. 용돈을 모아 모아 티켓 값 10만원을 마련했다"고 뿌듯해 했다.
한도균 학생도 "친구들끼리 UFC 한국에서 하자면 꼭 오자고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10만원이 1원까지 모두 값어치를 했다"고 만족했다.
둘은 최고의 경기로 최두호와 샘 시실리아 경기를 꼽으며 포즈를 취했다.
한도균 학생은 "무조건 또 올 거에요. 같이 오려던 친구가 대학교 면접 때문에 못 왔는데, 내년엔 꼭 데리고 오겠습니다!"라며 단짝과 함께 찜질방으로 향했다.
"포항에서 경기보러 서울왔어요"
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은 마치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동창회 느낌이 났다.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려왔다. UFC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하니, 한국 지리가 어색한 외국인도 기꺼이 발품을 팔았다.
그중에서도 엘리사 벨투이젠 씨와 제레드 율리 씨의 UFC 열정은 단연 돋보였다. 둘은 각각 캐나다와 남아공이 고향이다. 엘리사 씨와 제레드 씨는 현재 포항 소재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공항 갈 때만 들르는 서울에 UFC를 보러왔다.
거의 모든 UFC 경기를 챙겨본다는 엘리사 씨는 "서울까지 온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에게서 다른 국적 선수들과는 다른 저돌적이고 끈질긴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레드 씨도 "함서희의 경기가 인상 깊었다. 데미지를 입으면서도 끝까지 공격했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고 거들었다.
둘 모두 추성훈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며 "추성훈이 나오는데 분위기가 정말 달라졌다. 사람들이 일어서서 엄청난 환호성을 보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다"고 전했다.
엘리사 씨와 제레드 씨 모두 첫 한국 UFC 대회를 "성공적이었다. 세팅도, 열기도 여느 대회 못지않았다"며 다음 한국대회가 열린다면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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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