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1996년, 영화 '꽃잎'으로 스크린에 강렬하게 등장해 그 해 열린 제1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가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의 결과를 받아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배우 이정현이 20년 만에 다시 찾은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정현은 지난 8월 13일 개봉한 저예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같은 부문 후보로 김혜수(차이나타운), 전도연(무뢰한),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인사이드) 등 쟁쟁한 이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얻은 상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이정현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트로피를 받아들고서도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이정현은 "수상을 전혀 예상 못했다. 너무 작은 영화였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꽃잎'으로 1996년도에 시상식장을 찾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20년 만에 청룡영화상에 와서 재밌게 즐기다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안국진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이번을 기회로 다양성을 가진 영화들이 많이 사랑 받아서 한국 영화들이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소감을 덧붙였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이정현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극 중 이정현은 신문 배달, 명함 돌리기, 식당 보조, 청소 대행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억척스러운 생활의 달인 수남으로 등장해 실감나는 연기로 호평 받았다.
특히 이 작품에 이정현은 노 개런티로 출연한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이정현은 "그냥 저는 이 영화와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라며 영화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연기를 향한 여전히 뜨거운 연기에 대한 이정현의 갈증을 해갈시켜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1996년 화려한 데뷔에 이어 1999년 가수로 데뷔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지만, 연기적인 슬럼프에 빠진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 준 것 또한 연기였다. 그렇게 이정현은 하루하루를 값지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을 스스로 깨달아나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4만3685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서는 부족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정현의 연기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그에게 20년 만에 찾은 청룡영화상에서의 여우주연상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안겨줬다.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날아올랐고, 꼭 20년이 지난 후 같은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다시 걸어 나갈 힘을 얻었다. 앞으로의 이정현의 다음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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