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을 뜻하는 '롱 디스턴스(Long distance) 커플'에서 '롱디'를 따왔다. 한민세(신디사이저·DJ)와 민샥(보컬·키보드)이 짝을 이룬 롱디는 소울 장르에 전자 음악을 입혔다. 일상의 작은 스침을 공감으로 풀어내는 해석법은 롱디만의 음악을 빚어냈다.
엑스포츠뉴스와 미러볼뮤직, 네이버뮤직이 공동 기획한 '인디view' 다섯 번째 주자는 롱디다. 지난 16일 기존 발표곡과 신곡을 묶은 미니앨범 '야간주행'을 발표한 롱디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민샥) 롱디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민샥입니다. 엠넷 '보이스코리아2'에 출연했었죠. 민세가 제 영상을 보고 '데뷔곡에 맞는 스타일'이라면서 팀을 하자고 SNS를 통해 연락이 해왔죠. 민세와는 1988년생 동갑이에요.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라디오 출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어요. 23세 때인 2010년에 실용음악과(호원대)에 들어갔습니다. 입시 준비는 늦었지만, 운이 좋게 합격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가요대회에 출전했죠. 서울 도봉구에서는 '노래짱'이었어요(웃음). 제가 노래를 가장 잘하는 줄 알았던 거죠. 세상에 나오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가요제에도 나갔지만, 세상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노래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습니다.
▶(한민세)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전자음악을 배우며 활동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자기 만족적인' 음악을 하다가 데뷔할 기회가 왔고, 그날 민샥의 동영상을 봤어요. 무작정 연락을 했죠.
지난 1월 민트페이퍼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해 데뷔했어요. 곡을 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민샥과 곡을 만들었어요. 대학교(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합니다.
-미니앨범 '야간주행'을 발표했다.
▶(한민세) 데뷔 1주년을 앞두고, 앨범을 하나를 내고 싶다는 원초적인 생각이 있었어요. 산발적으로 냈던 싱글앨범을 정리하고 싶었던 거죠. 급하게 음악을 하다 보니 올여름부터 어떤 음악을 할지 고민했고, 흑인 음악 바탕에 전자음악을 하자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cf. 롱디의 디스코그래피는 다음과 같다.
2015년 1월 22일 'bright #3'(민트페이퍼컴필레이션) = '취향수집' 수록
2015년 5월 8일 '따뜻해줘'(싱글앨범)
2015년 6월 8일 '택시 드라이버'(싱글앨범)
2015년 10월 19일 '오드아이'(싱글앨범)
2015년 11월 16일 '야간주행'(미니앨범)
-이번 미니앨범에 실린 수록곡들을 차례대로 따라가 보자. 첫 트랙은 '오드아이'다.
▶(한민세) 곡 작업을 할 때 그날따라 쓸쓸했죠. 어렸을 때 주택에 살았고, 다락방 옷장이 들어갔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작하게 됐죠. 음악적으로는 '롱디가 데뷔를 하면서 누구의 아류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라는 출발점입니다. 최대한 남들과 다른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슬플 때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서 웃긴 것을 볼 것 같지만, 더 슬픔 것을 봐야 슬픔이 풀려요. 감정의 끝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롱디의 음악에는 전자 음악이 절묘하게 녹아있다.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한민세) 드랍(전자음악의 간주 부분)을 먼저 만들고 곡을 쓰는 편이에요. 노래의 비트를 먼저 만들고 민샥과 의견을 나누면서 발전시켜나가죠. '오드아이'는 고양이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비트를 만들었습니다.
▶(민샥) 민세가 거의 모든 스케치를 해요. 가사는 혼자 독단적으로 쓰기보다는 대화를 하고, 둘 다 공감하고 좋다고 할 때 완성합니다.
▶(한민세) 노래를 만들 때 '무엇을 부르냐'가 중요해요. 그 부분이 불분명하다면 '어떤 형식'으로 부를 건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가사가 먼저 나오는 편입니다.
-민샥의 보컬톤이 독특하다는 평가도 있다.
▶(민샥) 롱디 음악을 하면서 저의 톤을 쓰는 것보단 곡에 따라 같이 만들어가고 있어요. 작년 이맘때 들었던 롱디 음악과 지금은 아예 다르죠. 민세가 저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 많고, 저도 연구하고 있어요. 합이 맞아가는 듯합니다.
-뒤늦은 질문이지만, 롱디 뜻은 무엇인가.
▶(한민세)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을 '롱 디스턴스 커플'이라고 해요. 거기서 따왔죠. 주변에 생각보다 그런 분들이 많아요. 한글로 '롱디'로 써도 괜찮아보여서 팀이름으로 했어요.
▶(민샥) SNS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예요. '럽스타그램'보다 애틋한 느낌이 있죠. 더 행복하고, 사랑스러워 보여요. 음악적인 모토도 담겨있는 것이죠. 한글로 쓰면 정말 예뻐요.
-'오드아이' '따뜻해줘' '야간주향'은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로도 제작됐다.
▶(한민세) 롱디를 시작할 때부터 다섯 명이 지하실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어요. 영화 하는 친구와 PD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죠. 크루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오디오와 비디오가 함께하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트렌디한 시도가 많아 보인다.
▶(한민세) 라이브 공연에서도 비주얼 콘텐츠와 함께하는 것을 준비 중이에요.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금전적인 제한이 많아서…(웃음).
-이어지는 '야간주행'은 어떤 곡인가.
▶(한민세) 마포대교를 지날 때 여의도 풍경이 인상적이었죠.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때였어요. '차'라는 공간은 어디든지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세상과 우리를 구분시켜주는 공간이기도 해요. '우리 오래가자'라는 가사처럼 연인을 향한 확신을 담았습니다.
▶(민샥) 전주와 잘 어울리는 멜로디 라인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죠. 귀에 감길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야간주행'은 운전하면서 듣기 딱 좋은 노래예요. 멜로디가 비트를 해치지 않고, 모든 파트가 악기처럼 구성되면서 그 안에서 전달력이 있죠.
-세 번째 트랙인 '따뜻해줘'가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다.
▶(한민세) 지난 5월에 이미 한번 낸 싱글이에요. 초여름에 나와서 들으시는 분들이 '따뜻해 죽겠는데 따뜻해줘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추워질 때 다시 내려고 했죠.
▶(민샥) 작업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더 좋은 멜로디나 감정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봄에 나올 곡이 여름이 나온 것이죠. '벚꽃엔딩'처럼 봄 노래로 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듣기 편하고 가사도 말랑말랑해요.
▶(한민세) 연인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말없이 안아준다는 얘기죠. '따뜻하게 대해줘'를 '따뜻해줘'라고 말실수한 것에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한민세) '따뜻해줘'부터 저희만의 곡 쓰는 스타일이 잡혔어요.
▶(민샥) 그때부터 (민세와) 대화가 시작됐죠(웃음).
-라이브 공연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는지.
▶(한민세)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처럼 분위기에 신경을 쓰죠. 현장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연에 저희를 불러주시면 후회를 하시지 않을 겁니다.
▶(민샥) 사전 MC는 아니지만, 말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민세) 5곡을 준비했지만, 말을 많이 해서 2,3곡을 못하는 경우도 많죠.
-다음은 두 사람의 만난 계기가 된 '취향수집'이다.
▶(한민세) '취향수집'은 민샥에게 처음 들려줬던 노래예요. 민트페이퍼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리게 되면서 데뷔했죠. 오래가는 커플은 서로 '영혼의 유사성'이 있는 듯해요. 이건 취향의 유사성 때문이죠. 아이콘의 '취향저격'의 아류 정도로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요(웃음).
-가사에 '식스티나인(69)'이 나온다.
▶(한민세) 일본 영화 제목이죠. 정말 있는 영화예요.
▶(민샥) 민세에게 '가사로 나가도 되느냐'고 물었죠.
▶(한민세) 심의에도 걸리지 않았어요. 실제 영화 제목이니까.
▶(민샥) 라이브를 할 때도 해맑게 부르고 있어요.
-다섯 번째 트랙은 '얼라이브(Alive)'다.
▶(민샥) 민세가 만든 비트 중에 가장 좋아했죠. 처음으로 제가 가사를 쓴 곡이에요. 지각하는 습관들이 이별할 때에 이별을 잡지 못하는 또 다른 늦음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를 담았죠.
▶(한민세) 제가 가질 수 없던 곡을 앨범에 담을 수 있어서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좋았어요.
▶(민샥)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공감대, 외로움 등이죠. 그런 것들을 다루려고 해요.
▶(한민세)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도 감정 표현을 합니다.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예술가죠. 너무 특수적이어서도, 일반적이어도 안 돼요.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 위해 예민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다음은 '택시 드라이버'.
▶(한민세) (가사) 생략을 많이 해서 듣는 분들이 해석하는 것들이 다 달라요. 드라마 '셜록'에서 '이 세상 어디에도 있지만,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출발한 곡이죠. 택시를 타도 기사분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디스코 비트에 택시 기사의 처절함을 그렸습니다. 감정의 포착이라기보다는 약간 사회참여적인 노래죠(웃음).
▶(한민세) '택시 드라이버'라는 제목이지만, 사회에서 만나도 그냥 지나치는 버스, 지하철 운전기사 같은 분들을 위한 노래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이번 앨범이 음악적인 색깔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듯하다.
▶(한민세) 클래지콰이의 클래지 씨와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도 음악적 색깔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그때 느끼는 것을 쉽게 풀어가는 것이 (음악적인 색깔을 찾아가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민샥) 공연이나 라이브적인 환경에서 색깔이 잡히기도 하죠. 아직은 여러 경험을 통해서 더 다듬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음악 작업과 라이브 연습 등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한민세) 음악 작업에서는 제가 호스트, 공연은 민샥이 호스트가 되죠. 서로 진두지휘를 해요. 요즘 같이 음악 작업을 하지 않는 휴지기는 민샥이 리더예요.
▶(민샥) 앨범 녹음을 할 때는 민세가 리더예요. 곡 작업을 할 때는 각자 많이 하는 편이죠. 만나서 서로 점검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한민세) 저희는 항상 붙어있진 않아요. 쉽게 말하면 직장동료죠(웃음).
▶(민샥) 활동 시간도 달라요. 민세는 아침형 인간인 반면에 저는 밤에 많이 깨어있어요.
▶(민샥) 저희는 둘이기 때문에 한 명이 나가는 것은 반이 나가는 것이죠. 끝이에요. 아무리 싸워도 '롱디'라는 것을 보죠.
-한민세와 민샥은 서로 닮은 듯 다른 것 같다.
▶(한민세) 저는 과거를 돌아보지 스타일이에요. 1년 동안 활동한 것을 뒤돌아보니, '롱디'라는 이름을 건 노래가 6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계속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에요.
▶(민샥) 저는 (과거를) 많이 돌아봐요. 지나간 것에 고개 숙이죠. 공연에서 실수한 뒤 우울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면 민세가 저를 일으켜세워요.
-마지막으로 롱디에 대해 표현해 달라.
▶(민샥) 저희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돈이 아깝지 않은 노래와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민세) '야간주행'에 '너라는 큰 붓으로 한 획을 그어줘'라는 가사가 있죠. 인디신에 확실한 한 획을 긋고 싶어요. 그 기간이 혹여 짧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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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