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발로 잡은 기회를 발로 놓쳤다. 경기초반 연달아 터진 주루사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예선 B조 미국과의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2-3으로 패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미국의 선발투수 스프루일을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스프루일이 6이닝 94개의 공을 뿌리며 마운드를 지킬 동안 한국의 타자들은 3안타로 침묵했다.
그동안 중남미 대표팀들을 신나게 두들기며 찾았던 타격감이었다. 도미니카와의 2차전에서는 11안타 1홈런을 터뜨리며 10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3차전 베네수엘라전에서는 14안타 2홈런을 터뜨리며 11점차 7회 콜드게임 승까지 거뒀다. 방망이 감이 절정에 이르면서 타격의 힘으로 2승을 거뒀다. 멕시코와의 맞대결에서는 8안타 1홈런으로 4-3 승리를 거뒀다. 특히 박병호까지 홈런을 때려내면서 타선은 완전체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나마 민병헌이 때려냈던 중전안타가 정말 방망이로 만든 안타였다. 나머지 2안타는 이용규가 가까스로 발로 만들어낸 번트안타였다. 방망이로 시원한 안타를 때려내기 힘들 정도의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던 투수였던 만큼, 한 번 발로 잡은 기회를 살려낸다면 대표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기회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2회 두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는 3루수 앞으로 기습번트를 대면서 빠른 발로 전력질주했다. 그러자 당황한 3루수가 송구 실책을 했고, 이용규는 그틈을 타 2루까지 밟았다. 이제 타석에는 컨택에는 일가견이 있는 김현수가 들어서는 순서, 하지만 3루 도루를 시도하던 이용규가 결국 견제사로 잡히고 말았다. 1사 2루의 흥분이 순식간에 2사 무주자로 잦아드느 순간이었다.
비슷한 그림은 3회 한 번 더 나왔다. 김상수가 땅볼로, 정근우가 삼진으로 물러났던 2사 상황에서 이용규는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2볼-1스트라이크에서 다시 한 번 자세를 낮춰 번트를 시도했다. 투수 앞으로 느리게 굴러간 타구는 결국 1루로 들어서는 이용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사 이후 기회가 한 번 더 시작되는 상황, 뒤에는 클린업트리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꿈을 꾸는 시간은 1구만에 끝났다.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공은 홈플레이트를 향하지 않았다. 투수 스프루일은 1루 견제를 선택했고, 리드를 넓게 잡고 있던 이용규는 결국 견제사로 바로 아웃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방망이가 여의치 않았던 만큼 발로 활로를 뚫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발로 잡은 기회는 발로 무산됐다. 몇 되지 않았던 선취점 기회가 그렇게 끝이나면서 쉽게 풀릴 수 있었던 경기는 꼬여갔고, 한국 대표팀은 경기 후반까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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