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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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 사태로 본 가벼운 줄 알았던 '예능'의 무거움 [XP초점]

기사입력 2015.11.13 14:59 / 기사수정 2015.11.13 15:15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방송인이다.
 
방송인은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를 비롯해 최근 불안장애를 호소하면서 방송 중단 사실을 밝힌 정형돈까지, 이들은 모두 방송인으로 불린다.
 
사실 방송인이라는 광의의 개념은 2000년 중반 이후에 생겨났다. 이전에는 MC 혹은 개그맨(혹은 우먼)으로 불리던 이들을 총칭해 방송인이라 부른다. 그 만큼 이들의 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과거 슬랩스틱 위주로 연출된 코미디판이 짜졌다면 요즘 방송인들은 진행 능력은 물론 콩트에 대처할 수 있는 연기력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간 판단력 까지 있어야 한다. 방송인들은 연기 등 다방면으로 진출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야말로 방송가의 중심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웃고 떠들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예능은 대부분의 타 분야 연예인들이 기피하는 장르다. 실제로 컴백을 앞둔 한 유명 걸그룹 멤버들은 소속사에 한가지 단서를 내 걸었다. 바로 "예능 출연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걸그룹 소속사는 멤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고, 결국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예능판은 그야말로 '전쟁터'라 불린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씩 녹화를 하지만 방송에 공개되는 분량은 1시간 남짓이다. 살아남기 위해 더욱 눈에 띄는 리액션을 취해야 하며 '혹할만한' 멘트를 던져야 한다.
 
이제는 방송인으로 자리를 잡은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은 과거 인터뷰에서 "예능은 전쟁터 입니다. 살아 남기 위한 피 튀는 경쟁이 벌어지죠. 저 또한 예능 초반 편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고, 과한 발언이 방송에 나가기도 했죠"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비예능인들이 예능에 출연해서 통편집을 당해야 했다. 한 신인 아이돌 그룹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6시간의 녹화에 임했지만 정작 방송에는 한 멤버의 웃는 모습만이 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야말로 수난의 통편집을 당한 것이다.
 
통편집을 당한 걸그룹 관계자는 "예능에 경험이 없던 친구들이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통편집을 당할 줄은 몰랐다. 그냥 배경 처리만 되고 소개만 나오고 끝이더라"며 "사실 회사에서 예능감이 있다고 생각했던 멤버들이 있었고 자신도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인들은 이런 전쟁을 쉬지도 않고 매일 같이 하고 있다. 정형돈의 경우 무려 6개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몇몇 프로그램은 격주로 녹화를 한다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4일 이상은 장시간의 녹화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아이템 회의 등에 MC가 참여한다. 이런 기획 회의 등을 합한다면 일반 직장인 이상의 고된 근무를 이들은 하고 있는 셈이다.
 
가수나 배우의 경우 활동기와 휴식기가 나뉘지만 방송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세대 교체 주기도 타 직업에 비해서 짧다. 수확을 해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입 또한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와 비교해서 초라할 정도다.
 
때문에 방송인들은 '생활형' 연예인들이 많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혹은 방송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때로는 프로그램의 기획까지 제작진과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 정형돈 또한 그의 대표 프로그램인 '주간 아이돌' 등의 기획회의에 참여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능은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게는 어떤 분야 보다 무겁다. 정형돈의 고통은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모든 방송인들의 고민이며, 숙제인 셈이다.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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