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 조용운 기자] '악동'의 마무리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천수(34,인천)는 웃었다.
이천수가 정든 그라운드와 이별을 선언했다. 이천수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6라운드가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 200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천수는 눈부신 재능을 앞세워 일찌감치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실제 이천수는 어린 나이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발돋움했고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까지 진출하며 축구 천재다운 행보를 걸었다.
하지만 유독 부침이 많았다. 스페인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한 이천수는 한창 날아오를 시기에 날개가 꺾였다. 다시 돌아온 K리그에서는 사건 사고를 일으키면서 두 차례 임의탈퇴를 당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이천수의 주가는 하락했다. 한때 밀레니엄 스타로 불리던 재능 가득한 선수에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이천수의 마지막은 전성기의 화려했던 불빛을 잃은 듯했다.
그래도 이천수는 마지막 순간 밝게 웃었다. 스스로 "여러가지 일이 많았던 선수라 은퇴가 시원섭섭하다"면서도 "나는 풍운아가 아닌 행운아"라고 미소를 지었다.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을 때는 더 이상 악동이 아니었다. 그는 "나는 시대를 잘 태어난 케이스다. '밀레니엄 스타'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만큼 새로운 스타가 필요할 때 내가 뛰었던 것 같다"며 "운이 좋았다. 그래도 축구할 때 최선을 다했고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은 스스로 칭찬하는 바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지금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이천수는 "평생 운동을 해왔기에 운동을 멈추는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누구나 좋게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좋게 마무리하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천수는 후배 양성의 길을 걸어갈 계획이다. 선수 시절 승부욕이 남달랐던 만큼 지도자 이천수의 색깔도 벌써 뚜렷하다. 그는 "실전에 강한 선수를 만들고 싶다. 축구를 즐기면서도 창의력이 가미된 실전에 강한 선수를 만드는 것이 지도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인천 김한준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