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이지은 기자] 두산 최고의 손발이 성치 못했다. 그럼에도 그 손발로 그라운드를 지켜냈다.
두산 베어스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3연승으로 시리즈전적 4승1패를 거두면서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난관은 있었다. 먼저 안방마님 양의지의 부상이었다. 지난 19일 창원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발을 맞았다. 검진 결과 '발가락 미세 골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시간을 두면 자연 치유가 가능했지만, 당장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여유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진통제라도 맞고 경기에 나가고 싶다"던 양의지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3차전을 결장한 양의지는 진통제도 맞지 않은 상태에서 4차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해서 선발 출전을 강행했다. 김태형 감독은 엔트리에 백업 포수도 추가하지 않으면서 양의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자 이젠 정수빈에게 문제가 생겼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팀이 6-4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대려다가 타구에 손가락을 맞았다. 결국 '왼쪽 손가락 열상'으로 6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역시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분명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긴 어려웠다.
한창 타격감에 물이 올랐던 만큼 팀으로서도 선수로서도 악재였다. 회복을 위해서는 역시 휴식이 필요했던 상황, 양의지는 "검지 손가락을 들고 치는 선수도 있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2차전 한 경기 벤치를 지킨 뒤 바로 3차전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3,4차전 모두 지명타자 자리에서 각각 2타수 1안타 2볼넷, 4타수 2안타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5차전 이 둘은 어김없이 선발 출전했다. 정수빈은 2번 지명타자로, 양의지는 5번 포수로 9회 내내 그라운드를 지켰다. 1회 양의지는 2사 1,2루 적시 2루타를 폭발하며 선취득점을 뽑아냈고, 정수빈은 7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박았다. 공격의 시작과 끝을 나눠맡은 두 부상자들의 투혼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