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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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양지로' 당당한 乙의 바람이 분다 [XP초점]

기사입력 2015.10.27 15:56 / 기사수정 2015.10.27 15:56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을(乙)의 바람이 거세다. 음지에 있던 이들이 기지개를 키며 안방극장에서 당당히 일어서고 있다. 

JTBC 주말드라마 '송곳'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규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송곳'은 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 사건을 다룬다. 

지난 방송에서 이수인(지현우 분)을 포함한 푸르미마트의 부당한 처사에 대항해 노조에 가입하려 했으나 현실에 굴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이수인은 외로운 싸움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칙주의자인 이수인은 대척점에 선 정민철(김희원)을 비롯한 거대 권력인 푸르미 마트의 억압에 맞서 싸운다. 

이수인의 과거와 오늘은 현실의 부조리한 면을 가감 없이 전한다. 학창시절 반장임에도 촌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군대 내의 투표 조작에 대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라고 교육을 받았다"고 반기를 드는 것은 오히려 비상식적인 행위로 취급 받았다. 

이수인은 자신이 "나는 어디에서든 걸림돌이었다"고 밝혔듯이, 모두가 'Yes'를 외칠 때, 자신은 'No'를 말하며 반대 급부에 섰다. 그의 행동은 정립된 규율과 규칙을 지키는 이성적인 판단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런 그가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수인이 대면한 사회가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체제에 대한 순응은 가장 편한 방편으로, 어느 새 사회적인 통념으로 통하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의 성격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이수인의 역주행이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구고신(안내상)은 시작부터 "분명히 하나 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 같은 인간이"라고 읊조렸다. 이에 해당하는 이수인은 걸림돌 같은 존재에서 '송곳' 같은 존재로 점점 변화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우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는 '송곳'은 촌철살인의 비유도 인상적이다. 생활용품 파트 김과장(김중기)은 이수인의 상황을 권투에 대입하며 "링에서야 말려 줄 사람이 있지만 푸르미마트는 그런 거 없다. 죽어도 제 발로 나가야 된다. 누가 치워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수인의 심리상태를 고라니, 코끼리에 투영하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송곳'의 울림은 즉각적으로 연쇄 반응을 이끌어냈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온라인 화제성 지수에 따르면 '송곳'은 지난 25일 드라마 부문 일일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4일 1회 방송 당시 다음 소프트에서 조사한 온라인 화제성 지수에서도 점유율 95.60%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당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나아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녹여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이다. 



분위기를 달리해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홀대를 받았던 하위권이 어깨를 쫙 펴고 있다. 보통 음치는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음치들은 베테랑 가수들을 쥐락펴락하며 음악 '추리 예능'의 취지에 부합하는 반전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보여2'에서는 초대가수로 신승훈이 등장했다. 실력자와 음치가 속한 8명의 미스터리 싱어는 신승훈과 아슬아슬한 진실게임을 펼쳤다. 
 
발라드의 황제는 매 라운드마다 추리에 진땀을 흘렸다. 그의 기대에 반하는 음치들의 활약이 빛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뻔뻔할 정도의 수준급 연기력과 립싱크로 정체를 철저히 숨겼고, 신승훈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결국 신승훈은 마지막 무대에서 음치를 듀엣 파트너로 택했고, 예상치 못한 소음에 25년차 가수도 위기를 겪어 프로그램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그간 탐나는 보이스로 중무장한 참가자들에 밀려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기지개를 켜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아 있던 음치들은 핵심 자원임을 입증했다.  

음악 예능이 범람하는 요즘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연출을 맡은 이선영 PD는 차별화된 개성으로 실력자들 속에서 음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특이한 면을 꼽았다. 그는 "음치가 중용될 수 있다는 점이 타 프로와 다르다. 이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음치의 무대, 이것이 재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력자와 음치가 공존하는 참신한 소재로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유럽과 중국, 태국 등에 포맷을 수출했다. 이선영 PD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 포맷이 인기를 얻었다. 유럽, 중국, 태국에 포맷이 팔렸고, 여러 곳에서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앞으로 '너의 목소리가 보여' 속 음치들의 순항은 계속될 듯하다. 시즌1부터 진행을 맡은 김범수, 유세윤, 이특도 아직 음치 감별법이 정립이 안 될 정도로 난제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혼란스럽다. 갖고 있던 편견이 모두 깨졌다"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 이후 온라인을 수놓는 실력자들의 출중한 가창력, 그리고 출연 가수를 허탈하게 하는 음치들의 쇳소리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보유한 힘의 원천이다. 

drogba@xportsnews.com / 사진 = JTBC, Mnet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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