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스플릿 라운드 시작과 함께 잔잔하던 상위 스플릿이 크게 요동쳤다. 황선홍 감독이 던진 포항발 여파는 4경기를 남겨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상위 스플릿의 판도를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다.
올해 마지막 설계자는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이다. 상위 스플릿 첫 날 전북 현대를 잡으면서 몰고온 파장은 상당했다. 포항이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서 종료 직전 극장 승리를 만들어내면서 이틀 동안 참 많은 가능성이 펼쳐졌다.
황선홍 감독이 벌린 판이다. 전북을 상대로 황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고무열이 나오지 못하는 부분을 신진호가 측면으로 이동해 메운다. 김승대와 호흡을 기대한다"면서 "전북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공격적으로 나올 수록 역습하기에 더 용이하다"고 두 가지 포인트를 말했다.
그리고 황 감독의 예상은 마지막 순간 그라운드서 실현됐다.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까지 모두 하프라인 위로 올린 전북을 상대로 포항은 최후의 역습을 펼쳤고 김승대의 패스를 신진호가 마무리하며 승리를 따냈다. 황 감독이 그렸던 수 그대로였다.
포항이 만들어낸 전북전 승리는 많은 이야기를 양산했다. 스플릿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목을 매던 것은 3위 싸움이었다. 하지만 포항의 승리로 당연하던 전북의 우승도 알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럴만 했다. 전북이 패하면서 2위 수원 삼성과 격차가 8점으로 유지됐고 18일 열리는 수원의 경기 결과에 따라 5점까지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 4경기 남겨두고 5점 차이는 마음을 놓을 정도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포항이 차린 밥상을 수원이 걷어찼다. 올 시즌 몇 차례 반복된 전북이 지면 수원도 패하는 그림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수원은 전북과 같은 결과를 냈고 우승 경쟁서 멀어졌다.
이제 상위 스플릿의 초점은 2위다. 현재 수원은 3위 포항에 1점, 4위 서울과도 3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잔여경기 결과에 따라 3팀의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감독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전북 추격을 바라볼 상황이 아니다. 2위지만 밑에 팀과 격차가 줄어들었다. 남은 4경기가 중요해졌다"고 목표 수정 의사를 밝혔다. 판을 뒤흔든 황 감독도 "우승은 어렵다. 하지만 2위 등극은 가능하다"고 열을 올렸고 서울의 최용수 감독 역시 "앞으로 우리와 수원, 포항은 한 경기만 잘못되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살얼음판에 오른 기분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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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